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삼 개월 동안 달리기 다이어트로 남편은 13Kg, 나는 7Kg의 살을 뺐다. 남편은 결혼 전 총각 때에 이어 두 번째로, 나는 인생 처음으로 원하는 몸무게를 갖는 데 성공했다. 특히 나는식단 조절과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아 내리 '파울'만 치던 상황에서, '주 3회 달리기'를 하면서 '다이어트 홈런'을 날릴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변화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가까운 사람들이 그 변화를 알아본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까지 확연히 달리진 우리 부부를 보고 양가 부모님과 지인들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을 뺄 수 있었어. 비결이 뭐야?" 오늘은 그 질문에 자세히 답해보려 한다.
[식습관 바로 세우기]
먼저 남편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남편은 결혼하고 4년 만에 10Kg이 넘게 쪘다. 분명 신혼 초에 샀을 땐 넉넉했던 잠옷인데, 배가 나와 잠옷 단추가 벌어져 터지려고 했다. 문제는 몸 만이 아니었다. 결혼 전엔 주 2-3회 스윙 댄스를 즐길 만큼 생기 넘치고 활발한 사람이는데, 몸이 무거워지니 "피곤하다." "아프다." "잠 온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어찌나 듣기 싫고 짜증이 솟구치던지. 주말 오전엔 늦잠을 자고, 오후에 낮잠도 자면서 얼마나 더 자야 피로가 풀린다는 건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고등학교 때 몸무게를 쭉 유지하고 있던 나는, 남편이 살이 찌는 게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드디어 남편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몸무게가 13Kg 늘어보니 살이라는 게 야금야금 올라서 나도 모르는 새에 몸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붙는 그런 존재였다. 찌는 건 금방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빼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마 나는 출산을 하니 6Kg이 자연스럽게 빠졌는데, 남편의 몸은 여전히 만삭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아기 때부터 심했던 아토피에 비만과 통풍까지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었다. 둘째 출산 후 50일쯤 우리는 함께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남편이 살이 찌는 원인부터 파악하고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로 했다.남편의 살 빼기는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었다. 남편은 그룹 PT 3개월, 가볍게 달리기 1개월, 복싱 다이어트 3개월과 2주간 저녁 먹지 않기도 해 봤었는데 몸무게는 미동도 없었다. 첫째를 낳고 일 년 정도는 아침밥도 차려주지 못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꾸준히 살이 쪘다. 집 밖에서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밖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 건지 나는 남편을 추궁했고, 그의 고해성사가 시작되었다. 사무실에 비치된 과자 수시로 먹기, 부대찌개 같이 자극적인 점심 식사, 냉면, 쫄면, 라면 등 면사랑, 1일 1병 탄산음료, 급하게 후루룩 마시듯 먹는 습관 등 남편은 식습관은 문제가 심각했다.
그래서 이번엔 '식습관'부터 바꾸고 운동을 하기로 했다. 수많은 다이어트 정보 속에서 우리가 선택한 건 <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이동훈, 21세기 북스)였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무분별한 식생활과 폭식을 이어간다면 살을 빼는 건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은 남편의 상황과 일치했고, '결국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식단이 필수적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하나만 빼고' 먹으라는 단순 명쾌한 조언, 식이의 중요성 강조, 동네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한 현실적인 식단 가이드도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단 '하나'는 바로 탄수화물, 그중에서도 '당질'이다. 당질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이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우리 몸이 살찌고 체내 대사 시스템이 망가진다. 이는 당뇨, 심혈관계 질환, 암 등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당질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탄소화물인 밥, 면, 빵뿐만 아니라 채소 중 당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고구마, 단호박, 감자까지 조금이라도 단 것들은 식단에서 뺐다. 대신 식이섬유, 단백질, 지방은 배불리 먹었다. 즉 밥, 반찬 위주의 탄수화물 중심 식탁에서 양 손 가득 쥘 정도의 푸짐한 샐러드에 고기(단백질의 하루 권장량 : 본인 체중 X 0.8)를 든든히 먹는 걸로 바꿨고, 즐겨 먹던 과자와 달콤한 음료수 등의 간식도 과감하게 끊었다.
왼쪽은 소고기 커리와 샐러드, 밥 조금 / 오른쪽은 토마토치즈닭고기채소 볶음과 샐러드
[가벼운 운동 시작]
그리고 우리는 건강과 활력 상승을 위해 격하지 않은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퇴근 후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과 30분-40분 정도 다섯 종류의 근력 운동(카프 레이즈, 푸시업, 스쾃, 크런치, 힙 쓰러스트)을 했다. 근력 운동은 살을 빼는 것보다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더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갖는 데 목적을 뒀다. 정말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을 하는 남편의 모습은 '남편의 재발견'이었다. 나는 출산한 지 3개월 차였기 때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둘째 낮잠 시간에 유튜브 영상을 보며 매일 30분씩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했다. 나는 몸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순환이 되는 걸 느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달력에 표시해서 변화의 추이를 눈으로 확인했다.
다이어트 시작 후 2주 정도 지나니 드디어 남편의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꽉 막히고 답답했던 몸에 신선한 공기가 새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식습관을 바꾸고, 하루 30분 이상 땀 흘려 운동을 하니 일주일에 1Kg 정도씩 세 달 동안 12Kg이 빠졌다. 남편은 양 팔이 바지에 들어갈 만큼 허리둘레가 줄었고, 등, 어깨 결림에서 해방되었다. 날씬하고 샤프해진 모습 덕분에 회사에서 '핸썸 가이'로 불리는 에피소드까지 생겼다. 일상의 많은 풍경이 변했다. 주말엔 쳐지고 늘어져서 낮잠만 찾던 사람인데 몸이 가벼워지니 갖가지 집안일을 부지런하게 했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면서도 지쳐하지 않았다. 표정도 더 밝고 해맑아졌다.
하지만 나는 두 달이 지나도록 몸무게가 제자리걸음이었다. 임신 중 밤마다 먹은 달콤한 과일들, 출산 후 모유 수유하면서 듬뿍 먹은 하루 세끼 음식들은 내 몸 여기저기에 두툼한 살로 남아 빠지질 않았다. 분명 운동 덕분에 몸이 개운하고 부드러워졌지만 몸무게는 그대로니 답답했다. 기왕이면 나도 살이 빠지면 좋겠는데.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한 마디를 건넸다. "자기도 달리기 해보는 거 어때?" 생각해보니 첫째 때도 3개월 동안 주 2회 요가를 했을 때는 몸무게에 변화가 없었는데,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을 한 달 했더니 2Kg이 빠져서 신기했었다. 안 그래도 바깥에서 달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들고 있을 때였다. 남편의 조언 덕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5주 만에 7Kg을 감량했다. 방법은 일주일에 세 번 월, 수, 금요일에 35분 달리기를 했다.(1Km당 페이스 7-8분, 거리는 4-5Km) 팁을 보태자면 30분 달리기를 하고, 내 몸속 지방을 불태운다는 느낌으로 마지막에 5분을 더 달렸다. 참고로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오래 달리는 것이 다이어트에는 효과적이라고 한다. 달리지 않는 날은 집에서 30분 유산소 운동을 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56Kg에서 49Kg의 몸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살이 빠지지 않은 건 내가 먹는 것에 비해 운동량이 적었던 듯했다. 볶음밥에 마지막 참기름 한 스푼으로 풍미를 더하듯 달리기는 내 다이어트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때부터 꾸준히 주 3회 이상 즐겁게 달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53Kg을 유지하고 있다. 달리는 거리는 4Km에서 7Km로 많이 늘었지만, 밥을 먹고 간식을 즐겨 먹으니 살이 다시 쪘다. 그래도 한 번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며 샐러드와 단백질을 매끼 챙겨 먹고, 탄수화물은 덜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난달부터는 주 2회 근력 운동을 하며 몸매를 탄탄하게 만들고 근육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우 날씬하지는 않지만 지금 몸이 나름 만족스럽다.
더 가볍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싶다면? 당질을 최대한 뺀 샐러드와 단백질 위주로 식습관을 바꾸고 30분 달리기를 해보길 추천한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많은 러너들의 경험으로 달리기는 확실히 살을 빼는데 효과적인 운동이다.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속하는 시간'이다. 천천히 30분-40분 정도 걷고 뛰는 걸로 시작하면 된다.(단,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60분 이상은 너무 체력 소모가 커서 식욕이 더 왕성해질 수 있다.)그리고 꼭 달리기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운동을 땀이 날 정도로 30분 이상하면 살이 빼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다이어트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이다. 현실은 복잡다단하고, 우리의 결심을 흔드는 일은 수시로 발생한다. 무한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생 가져갈 좋은 식습관, 운동 습관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둘이 함께하니 꾸준히 할 수 있었고,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 몸을 내가 통제하고 원하는 대로 가꿀 수 있다는 사실은 자아효능감을 높여주었다.
"누나, 필요 없는 살들이 너무 많은데?"
지난 10월, 한강에서 17Km 러닝을 하는데 함께 달리던 남동생이 내게 뼈 때리는 말을 날렸다. 남동생은 내게 '누나는 지금 2L짜리 생수병 두 개를 들고 달리는 것과 같다'며, 살을 빼면 훨씬 달리는 게 덜 힘들고 속도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꽤 솔깃했다.일본 후쿠오카대학 스포츠과학부다나까 교수(50세의 나이로 2:38:51의 기록을 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Kg을 줄이면, 풀마라톤 기록을 3분 정도 단축 할 수 있다고 한다.2021 손기정 마라톤 하프 코스 도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달리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해볼까 싶다. 재밌게도 내 삶에서 달리기와 다이어트가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