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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예지 Oct 29. 2021

11화_내가 육아맘에게 달리기를 권하는 6가지 이유



한 아기 엄마가 있다. 그녀는 시간에 수동적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오늘 시간이 빨리 갈까'를 고민한다. 오전 9시에 느지막이 일어나 오전엔 아기 문화센터 수업을 핑계로 외출을 한다. 수업이 끝나면 피상적인 관계의 아기 엄마들과 알맹이는 없는 티 타임을 가진다. 점심은 빵이나 컵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아기 낮잠 시간에는 지쳐서 함께 잔다. 아기랑 놀아주면서도 육아템 쇼핑, SNS, 웹서핑으로 시간을 채운다. 그리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순간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또 다른 아기 엄마가 있다. 그녀는 시간을 지배한다. 새벽에 일어나 TO DO LIST를 쓰고, 짧은 명상 후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남편 아침밥을 차려주고, 두 아기들과 양질의 단백질과 샐러드로 든든히 아침을 먹는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동안엔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원하는 공부를 한다. 아이들 하원 후에는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해 신나게 놀아준다. 남편이 일찍 와주면 좋지만, 혼자서도 두 아이와 얼마든지 즐겁게 놀 수 있다.




누구의 삶이 더 가치 있을까? 사실 첫 번째는 1년 전의 나, 두 번째는 요즘의 나다. 물론 첫째 때에 비해 지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다섯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중요한 건 1년 만에 시간에 대한 태도와 체력, 생활 습관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짐작하는 바와 같이 일상에 '30분 달리기'를 한 스푼 넣었을 뿐이다. 달리기가 어떤 좋은 점이 있길래 육아에 찌들고 쉽게 지쳤던 나를 집중력 있고 생기 넘치는 사람으로 바꿔놓았을까? 엄마가 되어 달리기를 한 지 1년 5개월. 37개월과 18개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내가 육아맘들에게 달리기를 권하는 6가지 이유를 이야기해 본다.




첫째,  달리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사니 판박이 같은 날이 반복되었다. 교양적이고, 주체적이고, 성찰적인 삶은 사라지고 본능적인 삶만 남았다.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삶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 떠밀려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드디어 텅 빈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만 집종하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았는지,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내일은 무엇을 하면 조금  더 행복할지 달리면서 마음껏 생각할 수 있었다. 삶의 중심에 나를 두겠다고 주먹을 꽉 쥐고 달렸다. 우울함이 희망으로 희망이 용기로 바뀌어갔다.




둘째, 달리기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아이를 돌보면서 엄마로서의 나는 조금씩 성장했지만, 육아 밖 '나'라는 존재는 바싹 말라갔다. 단지 건강해지고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달리고 나면 성취감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먼 거리를 달리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애써서 달리면 그 결과가 달리기 어플에 기록으로 쌓였다. 뭔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열정과 도전 의식을 깨웠고, 육아 외에 하고 싶은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셋째, 체력이 향상되어 '거뜬한 육아 세계'가 열린다. 몇 시간이라도 육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육아는 '힘든 일'이라기보다 실제로 '힘을 쓰는 일'이라는 걸. 엄마들에게는 정말 많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한 지 5개월 차에 가족들 옷을 사러 아웃렛에 갔는데, 그날따라 둘째가 많이 칭얼댔다. 아기띠가 없어서 한 시간이 넘게 10Kg이 넘는 둘째를 안아주고, 업어주면서 계획했던 쇼핑을 마쳤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내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걸. '아이가 원하는 만큼 안아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열심히 달려서 얻은 체력은 일상의 행복과 평화로 이어졌다.




넷째, 출산 때문에 두툼해지고 늘어진 '뱃살과 이별'할 수 있다. 출산 후 당일 날 '아기랑 양수까지 몸에서 빠져갔으니 4Kg은 줄었겠지?'라는 기대감을 안고 올라간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평소보다 오히려 500g이 는 64Kg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서서히 몸무게가 줄긴 했지만 영원히 빠지지 않을 것 같은 살 6Kg이 내 몸에 남았다. 그래서 출산 후 4개월 때부터 홈트와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식단을 병행했고, 결정적으로 꾸준히 달리기를 한 덕분에 8Kg을 뺄 수 있었다.  볼록 튀어나왔던 뱃살은 제법 평평해졌고, 허벅지와 엉덩이는 더 탄력 있어지면서 몸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섯째,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육아맘들이 운동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24시간 아이를 밀착 육아하다 보면 엄마는 제대로 먹고, 입고, 씻을 여유도 없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달리기는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롭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아기가 일어나기 전 새벽, 남편 퇴근 후 늦은 밤, 주말 등 의지만 있으면 육아 동지인 남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요일과 시간에 맞춰 센터에 수업을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동네 골이나 공원 등 적당히 달리기 좋은 장소를 찾아 달리면 된다.  




여섯째, 달리기는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 누군가 나에게 그동안 운동 수강권을 끊어 놓고 안 가서 버린 돈이 모두 얼마냐고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구 필라테스, 요가, 개인 PT 등 정말 좋은 운동이 많지만 한 번에 몇십만 원짜리 수강권은 부담스럽다. 그래도 그 운동이 나에게 잘 맞으면 다행인데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특히 육아맘은 아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로 수업을 빠지게 되는 일이 많다. 보통 집에 한 두 벌쯤은 운동복이 있을 테니, 10만 원 전후의 러닝화 하나 장만하면 바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 나는 러닝화도 3주 정도 달린 후 달리기가 일상 루틴으로 들어오면 사길 권한다.







지금은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도 말했다.

육아 시기는 내 인생에 하얀 공백처럼 남아있다. 그 시절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고, 어떤 꿈을 갖고 살았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육아가 힘든 이유가 뭘까? 엄마가 처음이라, 독박 육아라, 맞벌이라, 아기가 예민한 성격이라 등. 집집마다 사정과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체력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움켜쥐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육아와 살림까지 해내는 것이 버겁고 힘겨웠다. 그저 시간을 때우고만 싶었고, 순간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시간이 생겨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집중력과 기운이 없었다. 너무 피곤하니 운동을 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체력을 키우는 걸' 모든 일을 1순위로 삼아야 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는 육아맘이 하기 정말 좋은 운동이다. 육아맘은 운동할 시간을 내는 게 가장 어려운데 달리기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달리면서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육아로 지친 마음을 반짝이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채울 수 있다.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의 큰 위로와 활력이 된다. 달리기로 체력이 길러져 육아가 거뜬해지면, 피로와 짜증이 사라지고 가족들과 함께 웃는 순간이 많아진다.



나는 세상의 다양한 역할(직업을 제외하고) 중 가장 든든한 체력을 가져야 하는 사람은 단연코 '엄마'라고 외친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와 하루 종일 놀아도 거뜬한 체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집중력과 지속력, 강하고 우아한 정신력을 가졌으면 한다. 달리기를 통해 내 아이 영유아기를 우리 인생 황금기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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