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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예지 Oct 27. 2021

10화_'30분 달리기'에 걸린 시간, 120일  

위기 넘어 '30분 달리기'에 성공하는 방법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셨습니다."


2020년 11월 11일, 드디어 '30분 달리기'라는 목표를 와락 품에 안았다. 둘째를 낳고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90일 만이었고, 첫째 출산 후에 한 달 달린 것까지 합치면 무려 120일 만이었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했다는 런데이 트레이너의 말에 감격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 내서 "만세"라고 외쳤다. 심장은 터질 듯 세차게 뛰었고, 온몸 땀에 젖어 후줄근했지만 내 얼굴만은 성취감으로 반짝였다. 두 손으로 내 양팔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수고했다는 말을 아낌없이 건넸다. 처음엔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나중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애를 태우던 '30분 달리기'를 정말로, 드디어, 기어코 해낸 것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첫날, 런데이 훈련 프로그램 가이드에 따라 1분 달리고, 2분 쉬는 것을 다섯 번 반복했다.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달릴 만했고, 30분을 무난하게 걷기와 달리기로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런데이 프로그램에 따라 성실하게 달리는 시간을 늘려갔지만 중간에 예상치 못한 위기들을 만났고, '포기하는 것'과 '계속 달리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다. 나처럼 야심 차게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부상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30분 달리기에 성공했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로 겪은 위기는 '무릎 통증'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주 정도 되었을 때 무릎이 많이 아팠다.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마다 무릎이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며 어딘가를 짚고 몸을 일으켜야 했고, 설거지를 하거나 아이들을 안고 씻길 때는 더 아팠다. 그때가 출산한 지 5개월 차였는데,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아프다'는 말을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기에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통증이 계속되어서 통증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무릎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니고, 무리한 운동 탓이라고 했다. 조금 아픈 정도였으면 며칠 쉬고 다시 달렸을 텐데, 움직일 때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달릴 수가 없었다. 달리는 것도 결국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니 무릎이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달리기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매일 30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며 운동하는 루틴은 유지했다. 달리지 못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즐겁게 달렸던 느낌이 그리운 날도 있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버텼다. 무릎이 꽤 나았을 때쯤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해 내 발에 꼭 맞는 러닝화를 사서 런데이 프로그램에 산뜻하게 복귀했다.



두 번째로 내게 찾아온 위기는 '지겨움'이었다. 작년에 한 달, 다시 달리기 시작해서 한 달, 무릎이 아파서 쉰 한 달까지 무려 세 달간 '30분 달리기'를 완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쯤 걷고 뛰는 것을 졸업하고 능숙하달리는 러너가 될 수 있는 건지 문득문득 한숨이 나왔다. 그즈음 주말에 친한 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 2019년 여름에 만났을 때 동생에게 달리기를 소개해줬었는데, 동생은 놀랍게도 1년 사이에 멋진 '러너'가 되어있었다.



동생은 달리는 게 재밌어서 하루에 두 번씩 탄천을 달리며 런데이 미션 완료 도장을 모아 '30분 달리기'에 가뿐하게 성공했다고 했다. 이후엔 나이키 런 어플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긴 거리를 달린다고 했다. 또 요즘은 직장 동료와 주말에 이태원, 서울숲, 광화문 등을 달리며 시티런을 즐긴다고 했다. 열정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 나도 방법을 바꿔서 자유롭게 달려보자.' 그래서 하루 10분 달리기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5분씩 시간을 늘려 달렸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쉬지 않고 이어서 달리니 자신감이 붙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더 길게 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분 달리기에서 30분 달리기로 넘어가는 데는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큰 고비를 만났으니, 허리를 삐끗해버렸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겨우 30분 달리기 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네'라고 할 것 같다. 20분(약 3Km) 달리기까지 성공한 어느 날, 달리기를 끝내고 샤워를 하는데 허리가 아파왔다. 너무 아파서 걸을 수도 앉을 수도 없어서 기어 다니며 둘째를 보살폈다. 무릎이 아팠을 때와는 달리 조금만 더하면 '30분 달리기'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빨리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평소 같았으면 한의원에 가서 침 몇 번 맞거나, 통증의학과에 가서 주사 맞는 걸로 허리가 다 나았다며 이 일을 묻어두었을텐데, 계속 건강하게 달리는 삶을 살고 싶어서 접근법을 다르게 했다.  2-3년에 한 번씩 자주 허리를 다치는 원인이 무엇인지 바둑 기사들이 복기로 회고하는 것처럼 파헤쳐 들어갔고 그 결과 나만의 허리앓이 처방전을 만들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평소 허리에 부담을 주는 생활 자세를 하나씩 고쳐나갔다. 특히 등, 허리에 힘이 없이 구정하게 앉는 자세와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두 번째로 하루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걷기를 시작했다. 허리와 척추를 꼿꼿이 세운다는 느낌으로 허리와 등을 쫙 펴고, 배에 단단히 힘을 주며 걸었다. 발바닥으로 땅을 밀어내고, 팔을 힘차게 흔들며 균형감 있게 몸을 썼다. 세 번째로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달리는 자세를 배웠다. 호흡은 자연스럽게, 시선은 20m 앞을 보고, 가슴은 열고, 엉덩이는 앞으로 밀고, 발바닥으로 땅을 밀어내며 추진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30분 달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30분 달리기' 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나처럼 운동 초보라면 런데이 어플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든든한 체력 소유자라면 천천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달려본 후 5분씩 점차적으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이때 러닝화와 도톰한 운동 양말갖춰 신고 달리는 게 좋다. 만약 달리다가 몸에 통증을 느낀다면 첫 번째로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쉬는 것이 좋고, 두 번째로는 평소 생활 자세나 달리는 자세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서 자세를 교정하거나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잘 달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하면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누구나 '러너'가 될 수 있다.

 

  

다작 작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은 과거 젊은 예술가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지켜보니까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지만 첫 단계에서 실패하고 실제로는 희곡 한 편, 책 한 권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이에 비해, 일단 희곡이나 소설을 실제로 완성한 사람은 뒤이어 연극으로 상연하거나 책으로 출간하더라고요."
<그릿>(앤절라 더크워스, 비즈니스북스)



달리는 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첫 번째 완성작은 '30분 달리기'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달리기를 시작했다면 '30분 달리기'에 마침표를 찍어봤으면 좋겠다.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만두지 않는 자세다. 달리기라는 씨앗을 뭉개버리지만 않으면 한 두 달을 쉬어서 말라죽은 것 같은 씨앗도 다시 살아나 활기를 띄면서 자란다. 그리고 우리를 더 멀리, 더 황홀한 곳으로 데려간다.



120일. 길었던 시간만큼 '30분 달리기' 성공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달리기에 자신감이 생겼고, 꾸준함의 힘과 내 안의 잠재력을 믿게 되었다.  '30분 달리기'에 마침표를 찍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마침표가 이어졌다. 그렇게 수많은 마침표를 찍으며 나만의 즐겁고 찬란한 달리기 이야기를 완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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