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_모두의 인생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시험관 아기 갖기 대소동

by 런예지


“원장님, 저 바로 시험관 아기 시술 받고 싶어요.”


산부인과 원장님을 뵙자마자 간절하게 말했다. 이번엔 꼭 임신에 성공하고 싶었다. 3년 동안 자연 임신이 되길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두 번의 인공수정 실패를 겪으며 마음고생을 한 후였다. 임신을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6개월간 그룹 PT를 받으며 기초 체력도 다졌으니 조금은 자신이 있었다. 원장님은 내가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성공 확률이 높다는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몸 밖에서 수정시킨 후 여성의 자궁에 넣는 것이다.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 먼저 2주간 매일 배에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배란일 2~3일 전에는 배란 주사를 맞아 36~40시간 내로 배란이 되도록 한다. 배란일 날 수면 마취로 여성의 몸에서 다수의 난자를 채취하고, 남자의 정자도 채취한다.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2-6일간 수정란을 배양한다. 잘 자란 수정란을 배아라고 하는데, 잘 자란 배아 중 2-3개를 자궁에 이식하고 임신이 되길 기다리면 된다.








임신을 하겠다는 열정과 의지로 가득했지만 과배란 주사를 맞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매일 과배란 주사를 맞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나는 주사 맞고 난 후가 두려운 시간이었다. 특히 밤이 문제였다. 많은 난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몸이 과부하 되어 밤마다 식은땀이 나고, 몸살을 앓았다. 더 괴로운 건 힘든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저녁 그룹 PT를 빠지지 않고 갔다.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격렬하게 운동하고, 집에 와선 지쳐 쓰러져서 잠들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시술을 시작하고 3일 만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폭설이 내린 아침 출근길, 비탈길을 올라가던 앞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뒤따라가던 내 차를 덮쳤다. 나는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문을 열고 뛰어내려 멋지게 착지하고 싶었지만, 몸이 얼어버려 “악!” 하는 외마디 비명밖에 지를 수 없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사고 당시 몸에 가해진 충격이 컸다. 2주일간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한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하늘이 내린 운명 같은 사고’를 당한 거라고 했다. 침을 맞고, 찜질을 받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과배란 주사를 견디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의욕이 과해서 일을 그르칠 뻔 하기도 했다. 배아 이식 후 최소 15분은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며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오줌이 마려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자궁 길이 잘 보이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부터 물을 마시기 시작해, 이식을 기다리는 중에도 정수기로 가서 열심히 물을 들이켰다. 숫자를 세고, 온갖 생각을 하며 오줌을 참았지만 결국 10분 만에 눈물을 머금고, 미련한 나를 원망하며, 배아가 흘러 내릴까봐 내 생애 가장 조심스러운 볼 일을 봤다.




임신 확인 과정도 롤러코스터 타기처럼 극적이었다. 병원에 1차 피검사를 받으러 가서 먼저 임신 테스트기로 자가 테스트를 했다. 한 줄이 나왔다.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 피검사를 하고, 남편과 휴가차 부산 친정에 내려갔다. 부산역에 내릴 때쯤 간호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수치가 130이에요. 화학적 유산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아기가 한 번에 생길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속상해서 눈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임신을 위해 더 체력을 길러야 한다며 친정에 있는 동안 매일 배에 힘을 꽉 주며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점핑잭, 스쿼드 등을 땀나게 했다. 그 당시 임신 초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임신입니다. 축하해요.”

일주일 뒤, 2차 피검사 수치가 1000 이상 올라갔다. 정말 바라고 바라던 임신이 된 것이다.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우리 부부에겐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둘째도 얼려 둔 배아로 이식만 진행해서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욕망이 있고, 이 우주의 법칙에 따라 그 욕망은 갖은 방해물로 인해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그들 모두에게는 하나의 이야기가 생긴다. 모두에게 하나의 이야기가.
<소설가의 일>(김연수)


모두의 인생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나에겐 첫째를 가진 과정이 그랬다. 시험관 아기로 첫째를 가진 과정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기를 갖겠다는 강렬하고 간절한 욕망을 달성하면서 몸의 고통, 예상치 못한 사고, 과도한 의욕으로 인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바가 컸고, 특별한 나만의 이야기가 생겼다. 무엇보다 소중한 아기가 내 삶에 찾아와 두근거리는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