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처리모델로 알아보는 기억과정 - 클로바노트 UX / UI 1화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는 음성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STT(Speech to Text) 서비스이다. 현재는 베타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녹음 파일 업로드는 총 300분 사용 가능하다. 사용시간이 모두 소진되면 파일 업로드는 제한되고 음성 변환에 최대 24시간이 소요된다.
어쩌다 클로바노트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는 왜 클로바노트를 사용하는가?
클로바노트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경험에 대하여.
우리는 항상 대화를 한다. 그게 쌍방향적 대화일 수도 있고, 일방향적 대화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둘 이상의 실체 사이의 상호적으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생기는 수많은 글자들은 허공을 가르며 나에게 전달되고, 전달됨에 동시에 무형의 글자는 휘발된다.
클로바노트는 2021년 11월 기준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과연 클로바노트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나의 Pain points
때는 2019년 대학교 3학년 당시 반도체 집적회로공정 수업이었다. MOSFET, CMOS 인버터, RC 영향.. 수많은 전공지식들이 내 귀에 때려 박힌다. 난 확신했다. 지금은 이해돼도 이 방대한 양들은 수업이 끝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없어질 거라고. 그때부터 녹음기를 항상 켰다.
집에 가서 녹음했던 음성파일을 들으며 필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한 마디 듣고 일시정지. 그리고 필기. 그리고 다시 재생. 이 행위를 반복하였다.
그날 당일 복습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방대했던 녹음양들이 쌓이고 쌓이면 겉잡을 수 없어진다. 하나의 수업을 듣고 필기를 마무리하고 복습하는데 족히 3시간은 걸렸다.
나의 Needs
녹음하고 필기하는 건 내 성적에 영향을 준다. 판서에 쓰여있지 않은 교수님 말 하나하나가 시험에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아! 교수님의 수업대본이 있다면 그걸 그대로 보고 싶어요..!"
그래서 클로바노트는 나의 Needs를 어떻게 충족시켜 줬나?
얼마 전 세미나에서 데이터분석 수업을 들었다. '첫 시간과 동시에 아, 어렵다. 이건 지금 자리에 일어나는 순간 반절은 이해 못 하고 날아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클로바노트를 켰다. 듬직했다. 난 필기에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온전히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클로바노트를 사용하며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은 아래와 같다.
시작과 끝을 명확히 기억하는 경험
클로바노트를 사용하고 필기를 하기 위해 강사가 아닌 노트를 쳐다보는 것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사라졌다. 온전히 나에게 일방향적으로 들어오는 말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필기가 필요한 부분은 클로바노트에 저장된 음성기록을 확인하고 메모하여 녹음 -> 일시정지 -> 필기 -> 그리고 다시 재생한다는 행위를 없앨 수 있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좋았던 경험
기록 텍스트 파일에서 클로바노트 AI가 분석한 주요 키워드를 제공해 줌으로써 중요한 단어가 포함된 문단을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AI 요약 기능으로 전반적인 맥락을 한번 훑을 수 있었다.
공유할 수 있는 경험
클로바노트의 노트 공유 기능으로 같이 세미나를 듣는 팀원에게 노트를 공유하여 음성인식되어 필기되는 내용을 함께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클로바노트가 내 머릿속에 심은 것
더 이상 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온전히 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각각의 지식이나 대화를 간직할 수 있는 아카이브가 생겼다.
녹음을 재생하고 필기하고 일시정지하는 행위를 없애주었다.
클로바노트는 이러한 사용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경험과 직관적인 사용성을 제공함으로써 필기로부터 오는 불안감과 압박감을 해소시켜 줬다.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필기가 필요하겠다고 생각될 때'면 무의식적으로 어플을 실행하게 했다.
망각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현상을 잘 해결해주었다.
1950년대 중반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기억되는지에 관한 이론으로서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에 의해 최초 제안되었다. 정보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입력-처리-출력'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국어수업을 듣고 필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칠판의 판서와 강사님의 목소리가 눈과 귀를 통한 정보(자극)로 변환하여 감각기억으로 들어간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별이 헤는 밤'의 주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됐다.(이때 주의한다)
이때 <주의>를 받은 정보는 단기기억(작업기억)으로 이동한다. 단기기억으로 들어온 '별이 헤는 밤' 주제가 이해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유지하면서 이와 관련된 장기기억의 '윤동주 시인의 다른 시'등 사전지식을 단기기억으로 불러와 이 둘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이해된 새로운 정보, 즉 '별 헤는 밤'의 주제는 정교한 시연을 통해 새롭게 부호화(Encoding)되어 장기기억에 통합,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고향에 대한 동경과 자아 성찰'이라는 주제는 나중에 시험을 볼 때 장기기억에서 단기기억으로 recall 된다. 이때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교한 시연을 하며 정보를 통합하는 일련의 작업은 집행기능의 지시와 통제를 받아 이루어진다.
만약 국어수업에서 '별 헤는 밤'의 주제를 필기하다가 '시적화자'와 '시적상황'에 대한정보를 들었음에도(자극) 감각기억에서 <주의> 받지 못했다면 단기기억(작업기억)으로 이동되지 못해 망각, 즉 정보가 소실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녹음을 켜둔다. 온전히 대화를 다 듣고 난 뒤 집에 가서 녹음을 들으며 필기한다. 이렇게 한다면 주목받지 못한 정보는 하나도 없이 다 저장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클로바노트는 인간의 뇌과학적으로 필수불가결한 부분에서 생기는 망각, 정보 소실 문제를 잘 해결해 준 사례라고 생각된다.
결론
우리는 공부를 할 때, 책을 읽을 때, 강연을 들을 때, 사용자 인터뷰를 할 때 등 살면서 끊임없이 필기 한다. 클로바노트가 제공한 경험은 필기라는 구속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휘발되는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필기가 주가 되던 듣기 과정에서, 온전히 상대방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는 듣기를 위한 듣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필기가 필요한 대화가 두렵지 않다. 클로바노트는 인지부하의 양을 줄이고 대화의 모든 내용과 모든 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또한 모든게 텍스트로 기록되고 있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나를 안심시켰고, 심적으로 덜 힘들게 만들었다.
그럼 클로바노트를 사용하며 기꺼이 돈을 낼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기꺼이 Yes라고 답할 수 있다. 앞으로 업무를 하며 사용자인터뷰를 할 경우가 많은데 클로바노트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은 기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용자가 내가 디자인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기꺼이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게 할 수 있을까? 란 고민을 하며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들었다.
다음 화는 클로바노트의 사용성에 대해 분석해 보자고 한다.
*참고*
https://21erick.org/column/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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