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면

건드리지도 마시라

by nasanasu


SNS에 포스팅했던 영상 하나가 수십만의 조회수를 얻게 된 적이 있다.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경기에 이겨서 기뻐하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극적으로 승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던 선수와 팬들을 생각하며 그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하나 둘 이상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응원의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었다. 비난의 댓글들은 비난하고픈 마음을 품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천하게 북돋았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이 비난이었다. 그 영상 속 사람들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영상을 올린 나에게도 욕설이 퍼부어졌다. 영상 속 사람들은 너무 기뻐한 나머지 과장된 액션을 섞기도 했었다. 그것 때문이었다. 내가 올린 영상의 목적은 전체적인 분위기였지만 댓글을 폭발시킨 건 영상의 한 부분이었다. 해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댓글이 달려있었다.


억울한 마음으로 힘든 밤을 보냈다. 무엇보다 나를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향해 그렇게 심한 욕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다. 다음날 우연히 유튜브를 둘러보는데 그 응원의 논란에 대한 쇼츠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중간쯤에 나오는 영상이 낯이 익었다. 내가 SNS에 올렸던 영상을 속도와 크기만 조절해서 삽입한 것이었다. SNS에서 반응이 많았던 영상이기에 가져다 쓴 것 같지만 출처조차 표시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영상이니 그냥 가져다 써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영상 주인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못 느꼈을 것이고, 영상 주인이 처해 있을 심리적 불안정 상태는 더더욱 고려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그 쇼츠 영상의 조회수는 백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타인이 모르는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원작은 탄생한다. 그러나 원작의 일부를 가져다 써도 된다는 악한 마음은 원작자가 담은 이유들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볼 필요도 없다고 자신 속에서 승인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행위의 결과물은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이유를 가지고 세상의 시선을 받으려 한다. 그것은 원작을 직조한 모든 요소들을 한순간에 짓밟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원작의 일부를 훔쳐오는 일은 원작 전체를 소멸시키는 일이다. 침해된 원작은 본래의 원작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그 쇼츠 영상에 내가 애초에 담았던 동기들은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노할 만큼 화가 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큰 고통이 앞에 있었다면 뒤의 고통은 타격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초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SNS에 포스팅하던 내 의도가 왜곡되었을 때의 참담함. 그것이 내 정신적 저작권이 침해되는 첫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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