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라는 쉬운 문제

4월 4일 11시 22분

by nasanasu


윤석열의 계엄 이후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이십 대 여성들이 몰려나왔다. 그들이 평소에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누구에게도 있었던 빛나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었던 젊은이라는 사실 밖에는.


그러나 인생의 그 빛을 달콤하게 즐기지만은 못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들이 이제 막 체득되고 있을 시기였을 것이고, 취직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팠을 것이며, 기분을 풀려고 콘서트장이라도 가볼까 하면 티켓팅 과정에서 좌절했을 수도 있다. 어느 하나 어렵지 않은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윤석열은 너무나 쉬운 문제였다. 계엄이 있기 전부터 보여왔던 그의 말과 행동,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 후보일 때 그가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를 알고 있던 그들에게 계엄선포라는 초유의 사건은 가장 확실한 형태의 정답을 품고 거리에 나오게 만들었다. 자신의 문제의식과 일치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 자체로 응원을 받았을 것이고, 이토록 쉬운 문제에 적은 답안 위에 동그라미가 쳐질 날을 확신 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채점의 시기가 미뤄지면서 그 확신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있었던 다른 쉬운 문제들이 오답 처리되는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윤석열 탄핵 심판이라는 쉬운 문제를 두고도 가슴을 졸여야 했던 것이다. 그들 중에는 혹시 자신이 고려하지 못한 오류가 있는지를 체크해 보았을 것이고, 심지어는 이 문제마저 오답 처리되는 상황에 대하여 그때는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씁쓸한 마음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4월 4일 11시 22분, 윤석열은 결국 파면되었다.



이번 심판의 의미는 다수의 사람들이, 합당한 이유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라가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헌법의 위배 여부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자연스러운 의심이 비로소 존중받았다. 파면이 선고된 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체포 명단에 들어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당하게 처단되고 버려질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을 기초적인 연민이다.


드디어 그렇게 쉬운 문제 하나가 풀렸다. 당연했지만 불안했던 문제 하나가 당연한 결과로 귀결될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우리에게 일상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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