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14. vs. 전남 @수원월드컵경기장
개막 2연승을 거두고 두 번째 홈경기를 맞이한다.
이정효 감독이 추구하는 팀의 절반 정도가 완성되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두 경기 모두 승점 3점을 따냈다. 앞으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더라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패배는 언젠가 나올 것이고 그게 이번 경기일 확률도 높아 보였다. 전남은 매 시즌 상위권에 있으면서 매서운 경기력을 발휘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낮 기온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꽤 쌀쌀한 날이다. 그러나 추위에 대한 육체의 감각은 N석의 함성 소리에 무뎌지게 된다. 2층에도 관중이 다수 보이는 일은 이제 특별하지도 않은 풍경이 되었다. 이건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었다. 꽤 근거가 있는 확신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효라는 이름에다가 그가 만든 팀의 행동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의미 있게 바라보는 부분은 수비였다. 불안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이건 개인의 실력일까 조직력의 힘일까 저울질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서 기인했든 모두 이정효라는 한 사람에게서 출발되었음은 자명하다. 실점을 하지 않을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건 보는 이도 뛰는 이도 최소한 지지는 않겠다는 안정감을 가지게 만든다. 어이없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기의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전에 가졌던 안심 요소들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불안해했던 순간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비만 한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고 점유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공이 없을 때 빈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정호연이 첫 선발 출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슈팅하기 좋은 영역으로 침투해 패스를 받았고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부터 이미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잠시 다른 팀에 있었던 고승범이 투입되었다. 나는 그의 진지한 표정이 마음에 든다. 그가 공을 잡으면 수비수들이 거칠게 압박을 들어왔지만 걸려 넘어지더라도 그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경기장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에겐 위협이 되는 선수가 있다. 수원에는 그런 선수가 적지 않다.
코너킥 찬스에서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볼의 궤적을 간파하고 정확한 위치로 이동한 헤이스가 그의 수원 데뷔골을 머리로 만들어냈다. 골망이 흔들리는 순간 그 뒤쪽의 N석 관중들이 일제히 팔을 뻗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일상에서 그런 기쁨을 누릴 순 없다. 오직 축구장에서만 얻어갈 수 있는 쾌락이다. 이미 경기는 넘어왔다. 그걸 인지한 N석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으로 그 확신을 전파했다.
이토록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경기를 본 적이 있었던가. 아직 이정효가 원하는 조직의 모습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다. 백 프로 완성이 된다면 도대체 또 어떤 것들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 조금씩 그의 뜻대로 직조되는 팀의 모습을 보는 일은 흥분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올시즌 정말 심상치 않다. 그러나 방심하지 말자. 수원FC와 대구도 같은 3연승이다. 지금처럼 우리의 모습을 일관적으로 갖추는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들이 쌓여서 거대한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