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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Apr 20. 2024

노트북과 세 개의 가방

2023.6.10


2023.6.10 군산


팔걸이의자 위에 올려진 노트북의 화면은 꺼져있다. 전원 어댑터가 꽂혀있지 않은 걸 보면 이 상태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불확실하다. 그런데 이 노트북을 사용할 사람은 어디에 앉을 생각일까. 사용 목적이 아니라 그냥 올려둔 것일 수도 있고 허전한 마음에 열어둔 것일 수도 있겠다. 이곳은 카페의 한 구석쯤으로도 보인다. 오른편에 보이는 세 개의 가방은 누구의 것일까. 사진에 보이지 않는 어느 테이블에 단체로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방을 한 곳에 놓아두었을지도 모른다. 노트북의 주인도 그 일행일까, 아니면 단지 근접에 자리 잡은 타인일까.






사진의 장소는 군산의 어느 모텔이다. 노트북과 세 개의 가방 모두 나의 물건이다. 다음날 아침에 있을 일정을 위해 전날 모텔에 묵어야 했고 그에 필요한 가방이 하나 필요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방은 이틀 뒤 일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다. 세 개의 가방은 나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이렇게 세 개의 가방이 필요한 날은 일 년에 단 하루이다.


노트북은 평소에 차에 두고만 다니다가 아주 가끔만 꺼내서 사용한다. 전원을 꽂기 전이라 저 상태로는 사용이 불가하다. 사진이 찍힌 시간 뒤에 나는 노트북을 켜고 미완성의 소설 한 편을 마무리했다. 성능이 형편없는 노트북은 문장 하나 쓰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CPU와 RAM의 처리속도가 느리니 글자 하나하나의 사이마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것 같다. 빠르고 편한 것이 무조건 유익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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