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 vs. 인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구장의 모든 좌석에서 수원 강등을 외치던 날이 떠오른다. 일 년 뒤 인천은 그런 수치를 자신들이 직접 느끼며 2부로 강등되었고, 같은 구장에서 같은 수치심을 느꼈던 두 팀이 올 시즌의 두 번째 경기에서 만났다.
언론에서는 올해의 강력한 우승 후보 간의 더비라고 흥을 돋우었다. 수원 원정팬들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인천팬들을 경기장으로 집결시켰다. 인천 구장 최초의 만원 관중, 그리고 2부 리그 역대 최다 관중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열기는 선수들을 흥분시켰다. 심판은 경기 초반부터 옐로카드를 여러 번 꺼내 들었다. 전반 25분 인천의 문지환이 옐로카드를 받은 후 VAR 판독 끝에 퇴장으로 정정되었다. 원정석의 분위기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승리할 가능성이 상승했고 최소한 지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런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3분 수원 이기제가 무리한 백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선고받았다. 결정적 찬스의 상황이 아니라서 퇴장까지 당한 건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인천과 같은 상황이 된 거지만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지 못한 탓으로 심리적으로는 더 불리해졌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 정도의 아쉬움만 가지고 경기를 지속해야 했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수원 권완규가 K리그 역사에 남을 배구 블로킹을 선보였다. 인천의 드로잉 찬스가 결정적인 공격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었겠지만 이미 경고를 한 장 받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면 차라리 찬스를 허용하는 쪽을 선택해야 했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이 선언되자 인천팬들은 승리를 직감한 환호성을 질렀다.
후반전 5분과 22분 인천은 골을 기록했다.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열 명이 뛰는 것과 아홉 명이 뛰는 건 체감되는 기력 차이가 심했다. 그저 한 골이라도 넣어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머릿속에는 어이없는 퇴장 장면이 계속 맴돌았을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허겁지겁 공을 보며 뛰는 수원 선수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원정석 앞으로 다가오는 선수단을 향해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이 크게 울려 퍼졌다. 어떻게 준비해 온 경기인데, 어떻게 예매를 하고 취소표를 구했는데, 자차든 지하철이든 장거리를 달려온 무수한 개인들의 노력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으리라. 정신적인 위로를 위해 그 노래를 소리 높여 불러야 했으리라. 그 모습을 보며 감독과 선수들의 눈시울도 붉어져 갔다.
순간의 실수도 실력이다. 실력을 키우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 몸을 사용하는 연습보다 정신을 사용하는 연습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