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9. vs. 서울이랜드 @목동종합경기장
작년 시즌 수원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이유 중 중대한 비율을 차지하는 요인이 서울이랜드였다. 서울이랜드와의 세 경기에서 수원은 모두 패했다. 또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서울이랜드가 전남을 잡아주었다면 수원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했지만 그 경기에서는 서울이랜드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패했다. 승점을 단 1점도 따내지 못했던 팀과의 올 시즌 첫 경기는 그런 관점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과연 또 질 것인가?
스토리가 없는 상대였어도 그랬겠지만 티켓을 오픈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원정석은 매진됐다. 타이밍을 놓쳤던 나도 평상복 차림으로 E석에 앉아 조용히 관람해야 했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원정석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응원가를 따라 부르거나 액션을 함께 할 수는 없었으나 저들의 열기가 어떨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능했다. 적당한 바람과 더운 느낌의 공기가 축구를 보기에도 축구를 하기에도 좋은 날씨였다.
전반 초반에는 수원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어서 작년에 그렇게 잘했던 서울이랜드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그러나 늘 그랬듯 분위기가 좋을 때 골을 넣지 못하면 그 분위기의 주인은 바뀌게 되어 있다. 서울이랜드의 역습에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원의 공을 가로챈 서울이랜드 선수들은 그야말로 빠르고 정확하게 돌진을 했고 세컨드볼의 운도 따라서 골로 연결됐다. 고조되던 수원의 기세가 꺾였다.
아직 무너질 단계는 아니었다. 측면 침투에 이은 크로스를 강현묵이 잘라 들어가는 헤더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의 일이라 원정석의 팬들이 골이 들어갔음을 알아채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려야 했다. 나의 기쁨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터져 나온 함성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 원점이다. 이번에는 무력하게 지지 않으리라는 외침과 같은 동점골이었다.
이른 시간에 두 골을 목격한 양 팀의 팬들은 이 경기의 골잔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축구를 즐기기에 좋은 날씨가 맞았다. 그러나 좋은 예감은 반드시 어느 한쪽의 사람들만을 만족시킨다. 불행하게도 그날의 날씨가 선택한 쪽은 서울이랜드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은 서울이랜드의 득점이 되었고, 역시나 코너킥 상황을 시작으로 전개된 공격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의 궤도를 만들었던 볼은 서울이랜드의 또 다른 득점이 되었다. 1:3으로 전반전이 끝났다.
수원의 골잔치도 아직 끝난 게 아닐 거라는 기대감이 후반전을 시작하는 마음을 조금은 들뜨게 했지만 매우 어둡고 불확실한 에너지로 만들어진 흥분이었다. 청백적의 우산이 펼쳐지며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지는 경기를 보고 가더라도 우산 퍼포먼스를 넓은 화각으로 지켜보는 이득은 챙겨갈 수 있어서 좋은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2점이나 앞선 서울이랜드는 급하게 경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수비에 더 치중하면서 실점을 방지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덕분에 원정팬 앞에서 진행되는 축구의 시간이 길어져서 그만큼 기대감이 상승했다. 수원은 몇 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찬스의 위상에서 멈췄다. 두 골을 따라가는 심리적 마지노선 70분이 지나고 기대했던 추가골은 수원이 아닌 서울이랜드에서 터졌다. 이 게임 지지 않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추가시간 막판 일류첸코의 추가골이 나왔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일류첸코의 수원 이적 후 첫 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만을 가질 뿐이었다. 경기는 끝났다. 2:4 수원의 완전한 패배다. 징크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빅버드 홈경기 이전의 세 경기 모두 점유율이 높은 축구를 했지만 골 성공률이 아쉬웠다. 작년의 약점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개인기가 문제일까 조직력이 문제일까 혼란스럽다. 상대팀의 플레이를 보면 왠지 수원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한 사람의 개인기가 견고한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다. 1:1 상황에서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제 맛보기 경기들은 끝났고 드디어 빅버드로 간다. 여러모로 중요하고 부담되는 경기가 되었다.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