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엄마에게 공주가 태어났어.
엄마는 미술 선생님이야.
엄마가 접은 색종이 꽃 안에서 태어났지.
엄지공주는 작게, 많이 작게 태어났어.
그래서 이름도 엄지공주잖아.
엄지공주의 몸이 작다고 언제까지 어린아이로 살 수는 없었어.
어느 날, 그래, 우리는 항상 그래.
어느 날 우연히 깨닫게 되는 거야.
엄지공주도 그렇게 자기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어.
엄지공주의 엄마도 눈치를 챘지.
두 사람은 고민을 시작했어.
엄지공주가 엄마를 떠나 새 집을 짓기로 결정했어.
장소는 벌써 정했지.
딸이 엄마를 떠나봤자 멀리 갈 수 있겠어?
엄마의 집 앞마당!
마당에 핀 꽃은 여러 가지 색깔이 섞여서
아주 근사했어.
새 집을 짓기 위해서 재료가 중요하잖아.
엄지공주는 자신의 보물 1호, 여러 가지 색깔
색종이로 집을 짓기로 했어.
색종이를 자르고 붙였어.
색종이로 만든 집은 주변에 아름다운 꽃과 풀과 아주 잘 어울렸어.
엄마는 걱정했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작은
엄지공주가 다칠 것 같았어.
벌레들은 또 어떻고!
엄마라서 항상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부지런히 걱정하다 보면 또 지혜가 돕는 법!
이렇게 하기로 했어.
엄마한테는 잘 찢어지지 않는 두꺼운 상자가 있었어.
세모와 네모를 연결하고 네모와 세모를
연결해서 빈틈이 없게 상자에 딱 붙였어.
엄마가 어릴 때 쓰던 우산으로 집을 가려주었지.
벌레들이 찾아오면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게
짚 앞에 밥과 물도 놓았어.
엄지공주와 엄마는 만족스러웠어.
집에 엄청나게 두꺼운 안데르센 동화집이 있습니다.
개운치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안데르센입니다.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얼굴 표정도 흙빛인 안데르센 선생님은 역시나
엄지공주를 큰 위험에 빠트리고 풍뎅이, 두꺼비, 제비 까지에게도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립니다. 외부로부터의 위험요소에 집중된 이야기를 각색하여 '나'의 성장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짧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진지한 안데르센 선생님이라도 가끔 가벼운 마음이셨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5장면에서 집이 완성되었는데요, 이 집에 쓰인 아이디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대견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집은 칠교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