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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Aug 09. 2024

두 천사(2)

시인의 믿음

2층 시인이 1층 할아버지의 집에서 두 천사를 보고 눈이 멀었다. 안타깝게도 시인은 믿음이 없는 상태였다. 시인은 영적이어야 하는데 2층 시인은 그런 마음으로 시를 쓰지 않았다. 서른한 살의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스물아홉 살이었다. 이십 대 중반에 만난 여자친구와 유럽 여행 중에 본 것. 오래된 건축물에 베인 영성과  인간성,  오래전 예술가들의 작품이 가진 불안과 안녕 같은 정신에 젖어들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책방에서 발견 한- 읽을 수 없는- 시집에 마음을 뺏겼다.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시를 썼다. 시인이 쓰는 시는 방황하는 시가 되었다. 시인이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밤마다 할아버지의 집에서 내는 웅웅 거리는 소리를 찾아왔던 시인은 갑작스럽게 당한 일에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할아버지는 그런 시인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 시인은 허공에 손을 휘젓기도 하고 협탁 앞을 더듬어보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말도 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숨을 고르기 바빴다. 할아버지도 이제 막 사람이 된 두 천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따져 묻지도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다.


무릎에 보호대를 찬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게 된 시인이 걱정되어 하루에 몇 번씩 2층에 올라 가 시인의 안부를 확인했다. 첫날 눈물을 보이던 시인은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의 위로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이 건강해졌다. 어느 날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놀러 온 할아버지에게 시를 낭송하겠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어디에 쓴 거야? 안 보고 읽을 수 있어? 시인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보이지 않게 된 후로 기억이 생생해져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긴 시를 기억할 때는 녹음기에 기록했다.


낭송.

할아버지는 시인의 시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창문을 열고 싶어 지는군. 고마워. 아주 잘 들리는 시야. 집에 가서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내 감상이 모자라더라도 이해해 줘. 나는 늙은이니까. 시인이 할아버지의 감상평을 듣고 고마운 마음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눈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할아버지를 배웅하고 침대에 누웠다. 시인은 자주 눕고는 했다. 시인은 요새 잠을 설쳤는데 자고 일어나면 눈이 보이게 될까 봐 걱정했다. 시를 사랑하고 숭배하고 전부처럼 생각했다. 두 천사가 시인에게 찾아왔다. 시인의 귀에 증언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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