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며칠 째 '달사람' 생각을 하고 있다.
달나라에 사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달사람은 이미 동명이인이다. 토미 웅거러의 '달사람'.)
그림을 그만 그리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서 내면에 아무래도 불만족과 불성실함과 불깊이와 질투와
수천만 가지의 상념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이고 속상해.
달사람을 공개하면 달사람은 공개적으로 사랑을 받거나 망신을 당하거나 어떤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달사람의 빛은 사라질 것이다.
내 손에 달사람의 운명이 정해진다니 글도 쓰기 싫고 그림도 그리기 싫다.
사실은 진심으로 원하는 것도 없고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농사를 지어야겠다. 꽃을 심어야겠다.
무슨 꽃?
식물에 대해 지식 있어?
지식을 검색했다. 한국식물학회가 제공해 준 여럿의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눈을 사로잡는 근친교배와 열성, 우성, anther라는 단어들이 조각처럼 머리를 둥둥 떠다녔다.
글도 쓰기 싫고 그림도 그리기 싫다.
그러면 모든 교훈이 기억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데, 마음에서 빛이 하나 반짝인다.
이야기를 써.
너는 그냥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거야.
이 주문은 나에게 선고되어 '이야기'라는 단어에 복종하게 한다.
그래. 이야기라면 만들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