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by 수잔

무덤에 종일 누워있다가 글을 쓸 때만 일어나 무덤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언제나 비극을 썼다.

그 사람이 말하길 "비극은 자정작용을 합니다. 비극을 읽어야 합니다. 오염된 몸과 환경을

정화시켜야 합니다."

비극적인 정서야말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 사람이 죽고 나서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거두려 했을 때 그 일은 일어났다.

시신은 없고 무덤과 연결된 기다란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미끼를 던져놓듯 10미터 간격으로 바닥에

글이 적힌 종이가 놓여있었다. 끝은 보이지 않았다.

몇 분만에, 몇 시간 만에 추적을 포기한 사람들이 나왔고 단 한 사람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긴 세월 동안 통로에 흩어진 종이를 주으며 걸었다.

통로의 끝에서 푯말을 발견했다. '다시 돌아가라'는 푯말이었다.

다시 긴 세월을 걸어 통로 끝에 다다랐다.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안에서 바깥을 보니 무언가 불에 타고 있었다.

바깥은 비극이었다.

주은 종이를 순서에 맞게 포개었더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마지막 사람은 한 권의 책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바깥으로 나아갔다.

통로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 사람에게 몰려들었다. 마지막 사람은 책을 펴 읽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어떤 아이가 다가와 마지막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읽는 책은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종일 무덤에 누워있다 글을 쓸 때만 일어났던 사람이 나타나 대답했다.

"그 책은 구원책이야."

아이가 대답했다. "우리는 불을 끄는 소방수나 평화를 원해요, 저 책은 너무 비극적인데요."

그 사람이 다시 대답했다.

"비극만이 오염된 세상을 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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