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가벗고'라는 말에 꽂혔다.
귀를 스친 '빨가벗고'는 '비타민 D'라는 단어와
별개로 어우러졌다.
어떤 대화가 나에게 두 개의 단어를 심었다.
문제적으로 다가 온 현상은 다름 아닌 '빨가벗고'를
듣고 무인도에 가서 '빨가벗고 환한 햇빛을 받고 싶다'는
갈망에 젖은 내 기분이었다.
귀걸이를 사고 싶다.
차를 사고 싶다.
이런 유형의 것들과는 다른 차원의 욕망이 생긴 것이다.
드르륵.
두 번째 아이까지 집으로 귀가했다.
누워있던 나는 세 번째 아이가 귀가해야 하기를 잠깐 기다렸다.
낳지도 않은 세 번째 아이의 기억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그 느낌으로 잊었던 '빨가벗고'의 뿌리가 한번 자랐다.
빨가벗고.
비타민 D.
세 번째 아이.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무인도에서 세 번째 아기를 낳아
살게 되었다.
그럴수록 이불 안쪽 중앙의 깊숙한 부분에서부터 웅덩이가 생겼다.
물웅덩이는 일렁이는 파장을 샘솟듯 만들었다.
부글거리며 파장을 일으키는 물웅덩이를 향해 세 번째 아기와 내가 빨가벗고
들어가 온천욕을 했고 이불이 무언가로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