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먹어.
아이가 건넨 '미지'는 내가 먹을 수 없었다.
나는 그때 누가 무엇을 먹으라고 권하면 그것의 맛, 평판, 권위, 성분을 따졌기에
아무 설명도 않고 건넨 아이의 ‘미지’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함께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아이의 엄마가 꼭 아이와 함께 무엇이라도 먹으라고 메모를 남겨 놓고 떠났다.
냉장고를 열어 아이의 엄마가 잔뜩 넣어 놓은 열대 과일을 꺼냈다.
물컹하게 변한 열대 과일을 먹고 아이와 나는 곧 낮잠에 빠져들었다.
아이와 나는 꿈속에서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되어 외모 또한 모르는 얼굴이 되었다.
사막에 열대 과일이 녹아 우리의 머리 위에 미끄덩한 덩어리를 떨구었다.
아이가 덩어리를 손에 받아 나에게 내밀었다.
먹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나는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었다.
아이와 나는 잠에서 깨어나 여전히 허기를 느꼈다.
냉동고를 열어 새처럼 생긴 꽁꽁 언 생선을 물에 담갔다.
물에 녹은 새처럼 생긴 생선의 날개 같은 지너러미가 흔들거렸다.
아이와 나는 물속을 한참 바라보았다.
물의 세상으로 옮겨진 나와 아이는 생선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결이 흔들렸다. 물고기는 물살에 밀리듯 맞서듯 했고 아이는 춤을 춘다고 말했다.
온통 시의 세상이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가고 싶은지 발을 동동거렸다.
아이와 나는 차가운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날개 안으로 파고들었다.
비늘은 너무 얇아서 우리의 모습을 내비치게 했다. 물고기의 냄새가 코안으로 들어왔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하나의 냄새였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아 너무 건조한 냄새가 우리를 잠재웠다.
잠들어 보니 엄마의 세상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나의 엄마도 되어있었다.
엄마는 나와 아이에게 무언가 먹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슬프게 울었다.
나는 그제야 아이의 손에 있는 '미지'를 먹고 아이에게도 주었다.
아이는 맛이 없다며 깨어 물은 한 입을 뱉어냈다.
변해버린 입 속에 남은 '이지'의 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