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노란 입술을 그리거나 써보고 싶었다.
내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노란 입술은 머릿속에 자꾸 나타나 입술을 움직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입술이 움직일 때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는 움직임을 보는 것같이
입술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 입술을 떠올릴 때마다 입술은 움직이고 있다.
이런 움직이는 노란색 입술이 말을 하고 있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
더욱 노란 입술의 움직임이 강해졌다.
이 입술은 급기야 처음엔 무슨 말을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지만 내가 들으려고
집중하여 보는 어느 순간에 이물질을 왕창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이 입술이 어떻게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듣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야 했다.
그때, 생각하는 그 순간에 그 노란색 입술 안에서 둥글고 길쭉한 방울모양이 생김새를 고쳐가며 삐져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말풍선이었다.
길쭉하고 뾰족한 말풍선을 내뱉거나 동그란 방울 모양도 몇 개 뱉어냈다.
이제 그 노란색 풍선 안에 들어간 단어들이 무엇인가 관찰해야 했다. 그때 생각이 또 끼어들기를, 풍선 안에 들어갈 말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짜증이 나서 멈추고 싶다는 욕구에 화가 났다.
기다려야 했다.
노란 입술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았다. 노란 입술에게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생각, 착각이었다. 노란 입술은 움직여야 했을 뿐 딱히 메시지를 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나에게 남은 여운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움직이는 생명력을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포기되지 않았다.
기계처럼 반복하는 어떤 동작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아무 의미 없음을 가리킨다는 최종 사실에 실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