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선고

by 수잔

작년 여름에 코 사이가 간지럽고 붉어진 증상이 여름 내내 지속돼 가을이 오고 겨우 나아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올해 여름 친구의 코 옆에 수상한 붉은 끼가 올라와 물었더니 작년 여름 나와 증상이 같았다.

싫다는 친구를 약국에 데려가 연고를 샀다.

연고에 이렇게 쓰여있다.

코를 잘 말리세요.


아침 6시가 넘어가면 나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게 몇 주 되었다.

여름엔 모르는 사람을 창문으로 많이 알게 된다.

남자가 하는 말은 한 번도 사회적인 언어를 배운 적 없는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고

뒤따라 들리는 여자는 화가 난 듯 혼내는 말을 하지만 역시 알아듣기 힘들다.

우리는 함께 누워 그 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지만 못 들 은 척 누워

일어나지 않고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다는 건 서로 알고 있었다.


지금 기억을 가지고 8살로 돌아간다 vs 로또 1등 당첨

아이가 묻는다.

기억을 가지고 8살로 돌아간다./에엥?

잘못된 선택이라는 듯 나무랐다.

여덟 살. 그 단어를 듣자 내 몸의 장기들과 뼈와 살과 근육이 그때처럼 변해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으응. 나는 언제나 그래.

언제나 끝을 생각해?

응. 최후의 이별이니까. 그건 해 볼 수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해보고 너한테 얘기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는 유일한 거잖아.

응, 괜찮아.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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