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아래

by 수잔

그의 구부러진 등뼈가 잠옷을 뚫고 나온 빛으로 빛났다.

자다 깨 등을 구부려 앉은 채 잠든 그의 등뼈는 듬성듬성 놓인 가로등처럼 길을 내고 있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한 편으로 나무가 우거지고 반대편으로 바다가 보이는 마른땅을 걸었다.

바다 멀리 보이는 오징어 배에 전등이 켜지고 곧 밤하늘이 되었다.


마지막 가로등 아래

불이 켜진 카페가 서 있고 입구 쪽에 달린 창으로 오빠가 보였다. 오빠는 걱정했던 대로 대머리가 되었다.

카페 입구 문을 돌아 옆쪽 창문을 들여다보니 너무 많은 상징들이 진열장에 안치되었는데, 내 것이었다.


발아래 진흙이 신발의 절반을 삼켰을 때 상징으로부터 눈을 돌려 발을 옮겼다.

카페 정문과 마주 보는 뒤편 창문은 아주 작았다.

한쪽 눈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아 창문에 눈을 끼워 맞췄다.


반짝이 가루가 붙은 슬라임 덩어리가 벽을 기어 다녔다. 그 방은 그들의 방이었다.

요란한 방 색깔과 달리 그들은 온몸이 회색빛깔이었다.

빛나는 덩어리가 반사하는 눈부신 원색들을 그들은 회색으로 정화시켰다.


그런 다음 더 이상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


가끔 그 거리가 생각날 때 손가락으로 그의 등뼈를 더듬어 보았다.

(언젠가) 그가 다시 앉아서 잠이 들었을 때/ 카페 뒤편 창문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잘 보이는 왼쪽 눈으로 작은 창문 안을 보았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잘 보이지 않던 오른쪽 눈으로 본 방 안의 색깔들은 곰팡이였다.

알 수 없는 결심이 카페 입구로 향하게 했다. 곰팡이를 닦기 위해 대머리가 된 오빠를

만나고 진열장에 안치된 상징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 다음에야 더 이상 아무런 죄도 짓지 않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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