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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를 쓰다

-2018.10.10

by 정영의

솜털 거슬리는 솔바람에 실금 가고

화사한 햇살 칼날로 베어도

물 한 방울 담아내진 못해, 내 속살은

쏟아지는 물결에는 풀포기로 뒹굴다가

첩첩이 쌓인 물비늘 벗겨내고는

피는 꽃그늘, 지는 꽃그늘에 섰네, 수석(壽石)처럼

새끼 거미 수정 목걸이 짓는

새벽에 들려오는 먼 천둥소리

어둠 속 손 뻗치네, 짙푸른 이끼 너머

손가락 마디 사이 속절없이 흐르는

시(詩)냇물을 자꾸만 움켜쥐는

시냇물 속 쬐그만 돌맹이, 오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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