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황제의 문턱을 넘다

2-1) 청나라는 사신을 어떻게 대우했나?

by 정영의

조선사신단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연경에 도착합니다. 그다음 날 새벽부터 식자재 담당자들이 기상합니다. 성문 앞 지정 장소로 식자재를 받으러 가야 합니다. 연암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따라나섭니다. 연행록을 쓸 기삿거리를 놓칠 수 없는 종군기자 모양새로 수첩과 붓을 들었습니다. 뜰은 이미 쌀과 콩을 실은 수레 대여섯 대와 짐승들로 가득 찼고 수백 명에 이르는 청나라 공무원들과 조선인 주방 담당자들이 조용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고위직인 삼사(정사, 부사, 서장관)에게는 동물성 단백질이 풍성하게 제공됩니다. 양, 거위, 닭을 입맛 따라 챙기고 생선과 우유, 두부를 다 먹는 건 고위공직자만의 특권입니다. 돼지고기 하나만 신분에 따라 수량의 차이를 두고 전원에게 지급됩니다. 대통관 3명과 압물관 24명 그리고 득상종인 30명과 무상종인 220명이 다 받습니다. 황제에게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득상종인은 고기 한 근 반, 상 받을 자격이 없는 무상종인은 고기 반 근을 매일 받으니, 돼지고기를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먹어치웠겠어요!


상위 3명에게는 과일도 줍니다. 특히 감은 정사에게만 줍니다. 정사의 자제군관인 연암은 날마다 감 하나는 맛을 봤겠지요. 반면에 부사와 서장관은 정사한테 얻어먹어야 해요. 신분에 따라 밥상도 따로 차립니다. 조선에서야 얼마든지 먹던 감을 남몰래 입맛을 다시며 구경만 해야 했을 테니 가족 생각이 절로 났을 겁니다. 능금이 따로 사과가 따로 나옵니다. 한반도 북쪽 중국에서는 음력 8월 초에 이미 과일을 수확했나 봐요. 연경 시장에는 과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답니다.


양념도 신분에 따라 종류가 다릅니다. 소금과 식초는 모두 주지만 벼슬이 높을수록 양념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참기름, 연유, 단간장과 간장 등이 차등 지급됩니다. 단간장 따로, 간장 따로 나오고요. 상위 30명에게는 녹차가 지급되고 생강과 마늘은 정사만 줘요. 특히 정사에게는 중국 술인 황주를 여섯 병이나 줍니다. 장작도 날마다 줬습니다. 한여름에 웬 장작이래, 했는데 요리하려면 필요했겠어요. 쌀만큼은 정사가 한 되, 무상종인도 한 되에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넉넉히 줍니다.


결과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은 디테일이에요. 말몰이꾼들이 어쩐지 연경 사행에 동행하러 들더니, 이래서였군요. 조선에서는 보리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던 아랫것들이 청나라에만 오면 돼지고기 국에 쌀.밥을 날마다 먹네요. ‘이팝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소원’이던 조선 사람으로서는 소원성취한 셈이지요. 게다가 중국에서는 신분에 따른 차별도 덜한 편이니 그 박한 임금(?)을 받고도 다투어 연경에 오려고 했겠어요.


꼭두새벽부터 시간 맞춰 식자재를 받으러 가는 것도 일이었겠습니다만 그것을 나눠주는 일도 큰일이었겠습니다. 담당자는 전날 저녁에 장보기를 하여 물품을 소분(小分)하여 용기에 담거나 포장합니다. 그리고 배부 장소인 성문 앞까지 운반합니다. 이름을 부르고 장부와 대조하여 서명을 받고 다음에 물품을 나눠줍니다. 아침 식사 준비할 시간에 딱 맞춰 식자재를 배부할 터이니 대체 담당자들은 몇 시에 출근했겠습니까? 큰 나라 노릇을 하느라 청나라도 고생깨나 하네요. 비용이 십만 냥 이상 든다니, 민폐를 끼쳤습니다.


시장 물가를 아는, 눈 밝은 연암이 살림살이를 헤아렸습니다. 청나라가 과거의 조선에게 어떻게 했든지 현재의 조선에게 어떻게 하는지 들여다봤어요. 조선의 담당자들이 식자재를 무겁게 실은 수레를 끌고 빠져나가며 산처럼 쌓였던 물품들이 눈에 띄게 줄고 청나라 담당자들이 “오늘 일 끝났네”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담배에 불을 당기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철밥통 공무원이라지만 그래도 직장 생활하기란 고달프지요. 우리의 종군기자가 그 모습을 일일이 눈에 담았습니다. 선비와 돈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아우르는, 조선의 살림남 연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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