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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의 May 24. 2024

12. 브런치 10주차 중간 정산

   열하일기 75일 읽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발을 한번 들여놓고는 금요일마다 주 1회 글을 올렸다. 10주 차가 지나니 두 달 반이다. 처음에는 내 글을 올리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러 다녔다. 일종의 품앗이다. 품앗이치고는 비효율적인 것이 브런치 동네의 암묵적인 규칙을 모르는지라 시간이 넉넉하면 닥치는 대로 들어가 읽은 다음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달고 구독 신청을 했다. 한켠으로 나에게 라이킷을 눌러준 분들에게만 라이킷을 눌러줘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살짝 스쳤다. 반면에 시간이 모자라면 짬이 날 때마다 내 취향 저격 글에만 얼른 댓글과 라이킷을 누르고 빠져나와야 했다.      

 

 브런치 글들은 핸드폰과 컴퓨터의 푸른 빛을 무릅쓰고 읽는다. 나중에는 몸이 둥둥 떠올라 발바닥이 허우적거리는 듯 몽환 상태가 된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거나 댓글을 다는 것도 무한정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브런치에는 댓글 제한이 있다는데, 몇 개부터 제한당하는지를 모른다. 제한을 당할 만큼 많이 쓰기 전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인터넷 가상공간이 아무래도 오프라인의 사람 냄새보다는 낫지 않아 포기도 얼른 되었다. 스팸 의혹이 농후한 글을 브런치에서 나 자신이 직접 접해본 터라 제한할만하다고 수긍도 한 끝이다. 그러니 생면부지의 나에게 댓글 혹은 답글을 달아준 분들은 굉장히 큰맘 먹고 해주신 거다.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첫 번째에 올린 글이 조회 수 260개로 가장 많다. 글을 일단 올려놓으면 누군가는 가끔 들러줄 가능성이 생기는 게 브런치다. 나도 열하일기를 키워드로 삼아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찾아가서 읽곤 했다. 그중에는 2020년에 올라온 글도 있었다. 이분은 여전히 글쓰기를 하고 있을까? 댓글이 달린 줄이나 알까, 등등의 의혹이 손끝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아가 문을 두드린 마음이 가 닿아주기를 바라며 댓글을 달았다. 특히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린 글에는 꼬박꼬박 첫 댓글을 달아드렸다. 이렇게 찾아 읽어주는 것이 조회 수라는 것이리라. 조회 수는 꾸준히 증가한다. 두 달 반 사이에 내 첫 번째 글을 260명이 읽어주신 거다. 그럼 됐지, 뭐. 내 팬만 내가 아낀다!      


  일단 조회 수가 많은 글에 달린다고는 해도 댓글은 움푹짐푹하다. 나의 두 번째 글은 조회 수 228에 댓글이 26개다. 답글 수 포함 26개는 제대로는 13개이다. 즉 내 글을 읽은 228명 중에 13명이 댓글을 써주셨다. 약 18%이다. 댓글 달기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까짓 몇 줄 끄적거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연애나 결(이)혼, 글쓰기와 우울증, 돈과  직장 등 남녀노소 두의 관심사라 댓글이 좌르르 달리는 글에는 나도 댓글 달기가 훨씬 수월했지만, 나의 주제인, (일명 벽돌책이라는 별명이 붙는) 열하일기는 마니아 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죽어도 내가 글을 썩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는 안 한다!) 그러니 댓글을 다는 건 마음에는 원이로되 몸이 말을 안 듣는 격이다.


  세 자리인 조회 수 다음으로 많은 것이 두 자리 수인 라이킷이다. 한번 꾹 누르면 그만이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내가 연달아 올린 열하 관련 글들이 40~60 사이를 맴도는 반면 심심풀이 삼아 올린 시 네 편은 죄다 60~90 사이의 라이킷을 받았다는 점이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나의 산문보다 나의 시를 더 낫게 보는 것이 틀림없다. 내 딸이, 내 산문보다 내 시가 더 좋다고 하던 말을 어떻게 들으셨나 보다. 그런데 나는, 많은 시간 심혈을 기울여 쓴 산문보다 그냥 떠오르는 착상을 쓱쓱 써낸 시가 더 낫게 보인다는 것이 좀 억울하다. 나의 산문을 더 좋아해 줘, 라고 우기고 싶다. 이것만 봐도 열심히 노력한다고 꼭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최선을 다할 뿐이요, 나머지 결과는 하늘에 맡 일이다.      


  어제는 나의 생일을 앞두고 지인 세 사람과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나를 위한 날이니만큼 이 기회에 욕심을 내야겠다, 하고 내 글 중에서 많이 읽힌 글과 덜 읽힌 글, 두 개를 골라 공유했다. 어떤 글이 더 많이 읽혔는지 맞춰 보라고도, 어떻게 바꾸면 더 잘 읽힐지 아무 말 마구 해달라고도 했다. 말은 잘한다. 말로는 뭔 말을 못하냐고, 쿨하게 말은 했다. 때는 이때다 하고, 여러 가지 조언들이 마구 쏟아졌다.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어깃장이 꿈틀거렸다. 잘 썼다는 말을 들었으면 더 좋았을 터인 한 길 나의 내심에 조언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글 이십여 개를 올리고글들을 구슬  삼아 하나의 실에 꿸 생각이었다. 어찌 됐건 세 사람을 보태어 구독자 백 명을 돌파하며 고객의 별점을 소중하게 챙겼다.      


  여태까지는 아무에게나 구독을 눌렀다. 어느 순간부터 구독을 남발하는 듯 경각심이 들어 안 눌렀다. 서너 번 댓글만 달다가 확신이 들면 그제서야 눌렀다. 구독을 또 누르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날 텐데, 구독 취소도 해야 하나 생각이 미쳤지만, 취소의 기준이 없는 한 그냥 놔두기로 했다. 기억이 나는 이름 구면이 된 셈이라 구독을 눌렀다. 브런치가 괜히 작가 타이틀을 준 게 아니라 글을 참 잘들 쓴다. 취향에 맞냐 안 맞냐가 문제일 따름이다. 브런치 덕에 나의 글 읽기와 글쓰기 연행록으로, 피서산장과 다른 북학파 선비들에게로 독서의 지평을 나날이 확장고 있다. 그러니 한 12개 쓰려던 것이, 20개를 전망하기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끝이 보이겠지.


  글 10개를 올린 후에 중간 정산을 할 생각이었다. 나처럼 들도 중간 정산을 하는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어마어마한 이야기들만 나오는 게 아닌가. 다음의 메인 화면에 떴다든가 구독자가 천 명이 넘었다든가, 나에게 없는 지식과 정보를 장착한 고수들이나 명함을 내놓고 있었다. 이런 거 말고, 맘먹고 찾아봐야 눈에 들어오고 하는 둥 마는 둥 어디 구석에 처박혀 글을 쓰는 분들의 이야기는 어디 있나. 하고 이 글을 다. 여기 있어요. 브런치 월드에서 선남선녀도 아닌 갑남을녀, 장삼이사, 필부필부가 여기 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이 있어도 그 별들을 품고 있는 어둠이 더 많다지 않는가. 별이야 얼마든지 빛나라고 해. 나는 어둠에 얼굴을 묻은 내 공간에서 오늘도 소리없이 끼적거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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