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과연 정해진 것일까?

훅 하고 들어온 나의 운명의 반쪽

by kseniya

(놀스 캐롤라이나의 블루릿지웨이의 가을풍경입니다)


결혼 전 숱한 연애사의 종지부를 찍게 해 준 내 남편은 미국에 사는 교포 1.5세였다.

나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의 결혼 과정도 일반 사람의 상상으로는 이해하기엔 힘든 모습이다.

어떤 이는 저 여자 미친 거 아니야? 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기괴한 결혼 스토리다. 나의 인생 자체가 참 기괴하다. 나는 억세게 운 좋은 여자인 건지 아니면 억세게 운이 나쁜 여자인지, 신이 내린 선물인지 아니면 나의 오만함에 벌을 주기 위한 신이 내린 형벌인지 나는 아직도 헷갈리는 중이다.


나에게 많은 것을 주신 신의 실수는 나에게 겸손이라는 것을 까먹으셨다. 이제 좀 내려놓으라고 너무나도 겸손하신 나의 남편을 나에게 보내신 건 아닌지....

지금부터 나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의 청춘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돈을 모르니 돈이 따라와 주어서 나는 원 없이 나의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갚아줄 수 있었다. 누구의 말대로 정말 비행기를 내 집 드나들듯 타고 다니며 서른 살 이전에 나의 모든 것을 이루었다. 나를 사랑하는 남편을 만난다는 것만 빼고는...

내가 가는 곳에는 나의 아버지가 항상 동행을 하였고, 세상의 좋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나의 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만큼 물질로 되갚아주었다. 자신과 닮은 구석이라고는 예술적 기질과 문학적 감성뿐이었는데도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당찬 성격의 막내딸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내 아버지의 절반의 성공이었다.


내가 사랑에 실패했을 때 나의 아버지는 여자가 태어나서 결혼해서 손에 설거지나 하면서 사는 그런 보통의 여자의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딸이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상심해 있는 나의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나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애절한 눈물을 받아 아버지의 바람보다 더 크게 나는 아버지가 원하는 능력 있는 여자가 되었다.

밖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거친 세상에서 거친 남자들과 거칠게 나의 세상과 마주하고 살았지만, 집에서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나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공주였다. 전혀 그런 일을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사라진 남자를 기다리면서 우울한 나의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세상의 잣대로 쉽지 않은 나의 상황들을 맞닥뜨렸을 때 나로 인한 타인의 불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오만하였지만 타인의 대한 배려심은 가지고 있었다.

가슴 아프지만 결국 그를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나서,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라던 나의 아버지는 혼자 있는 딸을 무척이나 애처로워했다.

날아다니는 새들도 다 저마다의 짝이 있는데 나의 이쁜 딸에게는 남들도 다 있는 그 흔한 짝 하나 없는지 모르겠다고 나 몰래 울곤 했었다.

심지어는 시골에 농사짓는 농부도 좋고 목수도 좋으니 누구라도 데려오라고 했던 울 아버지가 급기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흔 살에 낳아 애지중지 키운 서른이 훌쩍 넘은 딸이, 자신이 죽고 나서도 제 짝을 못 찾고 혼자 외롭게 살까 봐 몹시도 초조해했었다.

내 딸이 남들보다 덜 똑똑했으면....

평범하게 잘 살았을까?


태어난 순간부터 평범하지 않았던 나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 사주팔자에 칼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아이

아마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감이 아녔을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ㅎㅎㅎ

절대로 평범하게 살 수 없지 않은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태어난 그 기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운명의 길로 걸어가다 그 길 위에 인연이 닿은 사람들과 살아가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저마다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나이 들수록 더 이해가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운명의 그 길 위에 나의 남편도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닌지.... 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나의 남편이 만날 수 있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가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다.

세상 그 자체로도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연극무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