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차를 팔다
비즈니스에는 정도가 없다. 신용밖에는..
두바이의 사샤는 떠났다. 그 이후로 한 번도 한국을 오지 않았지만, 그가 한국을 떠나고 난 뒤 , 사샤는 나의 비즈니스에 수입을 가장 많이 가져다주는 바이어가 되어 있었다.
사샤가 차를 주문하고 그쪽에서 일단 돈을 송금하면 우리 쪽에서 차를 섭외해서 두바이로 보내주는 거였다.
주로 새 차들을 사 갔기에 차에 대한 컴플레인이나 문제점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두바이에서 사샤가 전화를 했다.
당시 환율은 2000원대를 넘어가고 있어서 차 가격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메리트가 컸다.
사치품이나 차에 붙는 특소세가 수출차에 전면 폐지되어서 더없이 좋은 가격이었다.
사샤가 먼저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두바이 왕비의 차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좋은 가격으로 싸게 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이었다.
무슨 차를 원하냐고 물어보았다.
리무진 체어맨을 사고 싶다고 했다.
진짜 여왕의 차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그 수많은 차 중의 하나겠지만 나는 무척이나 신기했다.
누가 믿을까 싶었다.
그 당시 환율로 계산을 해서 의리상으로 조금만 남기고 거의 원가에 가깝게 그에게 차의 가격을 알려주었다.
사샤도 그 날의 환율을 알고 있기에 속일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사샤가 고맙다고 하면서 오더를 내렸다. 돈을 바로 송금하겠다고...
사람이 일이 될 때는 뭘 해도 되는 법이다.
그 당시의 내가 그랬었다.
오더를 내리고 나서 실제로 그 돈이 들어올 때 거짓말 안 하고 하루 사이의 환율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차 가격을 빼고도 어마 어마한 이득이 생겼다.
될 때는 이리가도 되고 저리 가도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한 치 앞의 다가 올 상황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운이 좋은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었다.
사샤에게 인심도 쓰고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게 된 것이었다.
집에서 애를 낳고 할 일 없이 우울해하는 언니를 불러다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하였다.
결혼 전에 언니는 대기업 비서로 일을 했었기에 엄청 꼼꼼한 성격이라 나의 일을 잘 도와 줄거라 생각을 했다.
나는 일을 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잘 몰랐다.
일만 하고 나머지는 다들 알아서 하니깐 돈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신경을 쓰지를 않았다.
오더를 받는 순간 어느 정도 이득이 예상된다는 거 이외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계를 책임지고 있던 언니는 은행을 다녀오기에 하루가 바빴고, 그 당시 언니의 말로는 돈이 굴러다는 게 보인다고 했었다. 급기야는 달러가 모자라는 그 당시 상황에서 국민은행 지점장이 직접 꽃바구니를 들고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왔다.
집에서는 천방지축인 자신의 동생이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오더를 받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거 같다고 자기 동생 같지 않다고 언니가 놀라면서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나의 평상시와 일 할 때의 온도차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대기업을 다니다 imf의 영향으로 실직한 오빠도 내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세무 파트를 도와주고 있었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내가 완전 도둑놈 같았다고 말을 했단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입만 열면 러시아 사람들이 막 달러를 내놓는다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 당시는 검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었다.
100프로 달러를 들고 와 미리 돈을 주고 차가 도착할 때까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 나쁜 마음만 먹으면 거금을 가지고 얼마든지 나쁘게 살 수가 있었다.
길거리를 걷다 얼굴이 거의 울게 생긴 남자를 만났다.
손에는 쪽지 하나 들고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한 달 전에 차를 샀는데 그 사무실이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기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같이 그 주소가 적힌 회사를 찾아가 보았다.
회사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 회사는 이미 잠적을 한 상태였다.
그 회사는 오더를 다른 곳보다 싸게 받아서 그 돈을 가지고 완전히 도망을 간 거였다.
그 러시아 상인의 눈물이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엔 검은 악마들도 참 많았다. 그래서 나는 성악설을 믿는 편이다. 태어날 때부터 악한 인간들, 자신의 이익 앞에 타인의 불행에 무감각한 인간들 진정으로 경멸한다.
내가 그런 마음을 먹지 않고 정도로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비즈니스는 비결이 따로 없다. 솔직하고 신뢰감을 주는 거 그 이상은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딱 두 가지
정직 언제 어디서나 솔직할 것. 너무 지나쳐서 탈이긴 하지만... 나는 엄청 솔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하나 외상거래 절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사업에서 외상거래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돈 앞에서는 이성적이어야 했다.
그 이상은 없었지 싶다...
아!!! 가장 중요한 것 천운!!!!
아무리 정직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가능했을까?
그 당시의 나는 신이 내린 천운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를 팔고 나서 받은 대금을 택시에 놓고도 찾은 경우도 있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을 자다가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놓고 내린 것이었다. 한국돈으로 5천만 원이 넘는 거금을 두고 내린 것이었다.
잠시 후에 집으로 전화가 온다. 택시기사가 신고를 했다고 본인이 직접 오라고 했는데 피곤하다고 가지 않았다.
김 과장과 사샤 오빠가 가서 대신 처리하고 온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내가 이런 일을 했다는 걸 같이 사는 남편도 믿지 않는다
I DON'T BELIEVE 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