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의 실수

돈이냐? 사림이냐?

by kseniya

모스크바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 보였다.

나 혼자만의 일이라면 과감하게 결단할 문제였지만, 그동안 같이 동거 동락했던 나의 사람들의 거취도 나에겐 중요했다.

간간히 손님들이 오기도 하고, 두바이 거상인 사샤 역시 계속 차를 주문해 오고 있긴 했었지만, 그 정도로 회사를 운영하는 문제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되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나는 가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김과장은 나와 함께 일한 덕분에 엄청난 업무 실적으로 다시 그의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고, 사샤는 어여쁜 아내를 맞이 해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으며, 종원이는 다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나의 오빠 역시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부담 없이 나의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갈 길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오더를 받을 때 나의 옆에서 한국의 차 가격을 알려주는 김과장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던 그에게서 실수의 흔적이 엿보이던 순간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오더를 다시 받으면 안 되겠냐고 나에게 힘 없이 이야기하는 순간 그의 실수가 작은 실수가 아님을 직감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차 가격을 잘 못 이야기한 거 같다고..

그런데 그 차 가격이 백만 원 정도 나는 엄청난 갭의 차이였다.

이건 분명 이득은 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돈이었다.

내가 불 같이 화를 낼 걸 알았던 김과장이 위축되었던 것이다.

한 번 내린 오더를 번복한다는 것은 신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진행하라고 했다.

김과장은 그런 나의 결정에 자신이 그 차액을 물어내겠다고 하자...

그깟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물어내요?

한 번의 실수는 넘어가지만 같은 실수 다음부턴 하지 마세요.

시간이 흐른 자리에서

김과장은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자신은 여자인 나에게 너무나 놀랬다고....

그리고 정말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김 과장의 실수는 그 실수가 아니었다.

김 과장은 업무 능력도 좋고 냉정한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만은 복종을 한 만큼 충성심 또한 대단했다.

나는 그를 무한대로 믿었고, 그는 실질적으로 나의 사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나의 과감한 결단력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회사가 마무리되었을 때도 잔잔하게 친한 바이어들에게 전화가 오면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을 때였다.

모스크바에서 안드레이가 전화를 걸어와 차의 부품을 부탁을 당시였다.

부품을 사기 위해 그 일대에서 가장 큰 부품회사에 들르니..

그 사장은 나를 익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크세니아는 돈 얼마 받았어?

무슨 돈이요?

그 회사도 부품과 함께 차를 팔았던 회사였다.


사실 그때 나의 회사가 수출을 하고 난 후의 되돌려 받는 부가가치세를 그 일대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오빠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이태원 영업소는 나의 회사의 실적 덕으로 전국 판매실적에서 현대자동차 내에서 일등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자기네 회사가 전국 일등했쟎어?

우리 회사가 2등 했는데.. 그래서 내 파트너가 상금으로 받은 거 주던데... 반반씩... 난 1700 정도 받았어.

1등 상금은 반으로 남으면 족히 2천 오백만 원은 될 텐데 못 받았어?

갑자기 나의 등골이 오싹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는 말.. 사실이었다.

하루 종일 심한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렸지만, 섣부르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돈을 택하고 사람을 잃을지. 아니면 사람을 택하고 돈을 포기할지...

그러나, 결국 나는 사람을 택했다.

인간적으로 괘씸하고 속상하지만 돈 2 천오백은 없어도 살지만 사람을 사기는 쉽지 않기에

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잃지 않는 쪽으로 택했다.


그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김 과장은 내가 그 일에 대해서 , 그 돈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대신 그는 내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아직도 생각보다 후하게 나를 대접하기는 한다.

양심의 걸려서 하는 행동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