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띠후아나를 시작으로 벨트처럼 긴 캘리포니아의 반도를 훑고 내려가며 시작된 7박 8일간의 바하 캘리포니아 여행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가는 길이 나 있는 대륙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여정이 무료해질 때, 소낙비처럼 잠깐 비추어 보이는 바다는 서로 다른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길은 단조롭게 같은 길 같아 보였지만,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차는 단조로운 길을 쉼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끝없는 단조로움은 이대로 영영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실망감으로 바뀔 무렵, 상상도 못 할 경이로움으로 기대 이상의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두 명소를 꼽자면 지구 상의 최대의 선인장 공원과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면 숨은 듯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 엘 레케손 비치였다.
선인장 공원은 전체가 온통 하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사이사이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선인장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선인장들은 사람들을 위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막의 한가운데서 척박한 환경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바위 속을 뚫고 솟아올라있는 선인장을 보며 생명의 위대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변이 온통 하얀 암석들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사이사이 거대한 선인장들이 수 없이 늘어서 있던 이곳은 떠나오면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아쉽고 기억에 오래 남던 곳이었다.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멕시코 시티에서 올라온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들이 가는 목적지인 엘 레케손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곳을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면 정말 아쉬울 정도로 그런 곳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이 그곳에 펼쳐져있었다. 멕시코 시티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는 엘 레케손 비치는 바하 캘리포니아의 수많은 비경 중에 단연코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이 잘 나오는 뷰 포인트를 찾아 찍은 사진이 우연히도 찾아간 책방에 진열되어 있던 멕시코 여행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 사진과 똑같았을 때, 이곳은 나에게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절경인 곳으로 유명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비치는 하나의 길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조용한 호수 같은 두 개의 물가가 만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즉흥적으로 계획을 잡았다. 남편은 이제 갓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 아들에게 자전거를 태우고 고즈넉한 저녁 바닷가에 서 작은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석양이 물드는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은 또 하나의 추억의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그림이 되었던 이곳....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던 낮게 드리워진 구름과 바다가 맞닿을 만큼 가깝게 느껴지던 그림 같은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항 로스 카보스는 사실상 이번 여행의 가장 주된 목적지였다. 반도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로스 카보스는 반도 서쪽에 위치한 바다인 캘리포니아만과 반대편 동쪽의 멕시코만이 만나는 곳인 이곳은 서로 다른 기류의 바다가 만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어류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로 연중 참치 낚시를 위하여 수많은 낚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피곤함과 충만함이 함께 하고 있었다. 멕시코가 가진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풍부한 땅에 대한 부러움과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경관의 감탄이 교차하는 벅찬 감동으로 짧지 않은 여행의 피곤함도 잊은 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되돌아보니 이때가 멕시코에 살면서 비로소 안정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되던 시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보일 수 있는 생활이 나에게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 시절 세상의 공기는 맑고 청아했다.
그러나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둠과 밝음이 있듯이 나의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ps: 참 오랜만에 다시 들어와 보는 공간이네요.
긴 시간 동안 구독자 여러분들이 떠나셨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긴 침묵을 기다림으로 같은 자리에 계셔 주신 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요.
보이지 않았던 기간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육체적으로는 코비드 휴유증으로 브레인 포그 같은 현상이 나타나서 정말로 어느날 갑자기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어요. 순전히 저의 기억을 더듬어 쓰는 글들이라서 저의 기억이 멈추어 버리면서 아무런 글들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무기력한 일상들이 이어지면서 엎친데 겹친격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동안 머리와 육체가 혼돈스러운 상황이 계속 되었답니다.
또 우숩게 어느날 문득 이렇게 오늘처럼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시 또 재충전해서 미력한 필력이지만 기억을 떠 올려서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