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한가운데 풀 한 포기 없는 곳에 우뚝 솟은 바위 속을 뚫고 솟아 오른 선인장의 모습처럼
햇볕이 쨍쨍 내리 찌는 사막에서 갈증에 목말라할 때, 불현듯 나타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의 인생도 힘들어 지칠 때쯤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단비를 내리는 인생이 삶의 중간중간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에 살 무렵 남편의 인생에서 다시 못 올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이하여 경제적으로도 나는 거창한 풍요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리고 살 정도는 되었다.
미국과 멕시코의 이중 살림으로 돈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부족함은 없었다.
불법으로 미국을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그 전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체념에 가깝게 마음이 편해졌다.
아닌 길을 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다 차라리 가보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보는것도, 남들에게는 주어지기도 힘든 사실이라고 생각하니 , 이것도 내 운명이라 받아들이게 되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잊고 살았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친정부모님은 툭하면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와서 나를 도와 육아를 도와주고 6개월을 지내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기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보다 내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큰 것이었다. 어느 정도 이 곳 생활에 익숙해지자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갔다 오라고 나를 부추겼다.
드디어 나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시티가 아닌 친한 동생이 살고 있는 캐나다 벤쿠우버를 경유하여 한국엘 들어갔다.
3일 동안 벤쿠우버에 친한 동생네 집에 머무르며 캐나다 밴쿠우버의 사라져 가는 늦가을의 풍경에 매료되었다.
공기라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확연히 느끼고 서울로 돌아갔다.
캐나다 벤푸를 다녀온 큰 형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벤쿠우버에서는 노상의 사과도 씻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공기를 가진 도시였다는데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정에 짐을 풀고 그동안 학수고대하던 한국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며 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에서 긴 휴가를 받았는데 어서 빨리 들어오라는 연락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아! 정말 들어가기 싫었다. 마음 같아선 남편 혼자 내버려두고 영영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당분간 긴 여정으로 비행기표를 끊은 나는 가슴속에 무수한 갈등에 쌓였다. 남편의 간곡한 요청으로 한국에서의 남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멕시코시티를 경유하여 들어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다시 멕시코로 돌아오고 나서도 길게 머무르지 못한 한국에서의 아쉬움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국의 그 편안함 친정부모님들의 희생에 가까운 보살핌을 받았다. 이제껏 불안했던 나의 어깨를 맘껏 펴고 늘어지게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우리가 다시 멕시코로 들어오자, 남편은 신이 났는지 열흘간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들어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침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던 도중에 ,
" 여행이나 갈까?"
나의 즉흥적인 질문에
"어디로 갈까?"
남편의 즉흥적인 답이 돌아왔다.
우리의 여행패턴은 내가 특정한 장소를 골라 정보를 가지고 나면, 남편이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패턴이라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여행지가 결정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쭉 이어져오는 우리 가족의 여행 방식이다.
무계획 속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여행 스타일이다.
즉흥적이고 계획 없는 인생!
그 결과 경제는 엉망이 되었지만, 머릿속에 추억은 가득 차게 되었다.
인생 정상적인 항로는 없다.
악착같이 모아 악착같이 늙어 죽을 때까지 돈을 쥐고 사는 인생이 좋은 건지, 순간순간 내키는 데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책임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잊을 수 없는바하 캘리포니아 반도 종단기가 시작되었다.
바하는 스페인어로 아래쪽, 밑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기다랗게 늘어진 샌디에이고 밑쪽의 멕시코 쪽의 캘리포니아 반도를 의미하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티후아나를 기점으로 밑으로 바닷가를 따라 내려가는 여정인데 그 길을 꼬박 왕복 차로 쉬지 않고 이틀을 달려야 바하 캘리포니아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만과 태평양이 만나는 멕시코의 유명한 휴양지 로스 카보스가 나온다.유타칸 반도 근처에 있는 칸쿤과 더불어 멕시코의 유명한 휴양지다.
우리는 그 길을 일주일 넘어 차를 타고 내려갈 계획아닌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한국에서 돌아온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계획성이라고는 1도 없는 부모들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계획성 없는 부모들 덕에 애들은 여행 호사를 누리고 살긴 했다.
우선 남편은 호텔 체인인 라퀸타 패스권을 예약해 가는 곳마다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정하고 무작정 출발을 했다.
집에 남아있는 먹을거리를 아이스박스에 담고 모자란 것은 차차 조달하기로 하고, 들뜬 마음으로 2006년의 연말을 우리는 집이 아닌 길 위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