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도 인연이 있다.

내가 집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선택했다.

by kseniya

https://ko.depositphotos.com/274467178/stock-illustration-hand-giving-home-keys-other.html

집에도 인연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우여곡절 끝에 인연이 닿아서 우리의 집이 되었다. 나와 남편의 수고를 거쳐 집이라고 하기엔 온전하지 못했던 처음의 모습에서 점점 집주인의 손때가 묻은 온전한 우리의 집으로 바뀌는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처음 이 집을 살려고 마음먹을 당시, 나는 타주에 살고 있어서 계약하기 전까지 이 집을 온라인으로 등록된 사진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주에서 일을 하고 이 집을 발견한 남편은 미리 가 보았지만, 얼굴 표정으로 봐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말로만 "네가 마음에 안 들어할 텐데 특히 부엌이.."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사진의 속성이 그렇듯이 좁은 것은 넓게, 실제 모습보다 훨씬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80년이 훌쩍 넘어가는 집의 나이가 말해주듯 , 집의 모습은 사진에서도 초라함이 드러났다. 그러나 주변 환경과 도시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은 이 집을 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재정 상태를 생각해 볼 때 선택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았으며 , 모든 것이 집의 상태를 빼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건과도 부합되는 집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이 집을 사자고 말을 하고 집을 사기 위한 절차를 차례차례 진행해 나갔다.


우리가 사기 전까지 이 집은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해 거의 2년 동안 비워져 있었다.

집은 들어서자마자 누가 말해 주지 않더라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방치상태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사방이 숲과 나무로 둘러 쌓여 마치 숲 속의 밀림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음침했다. 그렇게 혼자만 툭하고 삐진 모습으로 삐딱하게 동네 가장 구석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집도 보지 않은 상태로 계약을 하고 난 후 , 친정엄마의 꿈속에서 이미 이 집은 내 집이라는 예시와 같은 예지몽이 있었다.

꿈을 꾸고 난 이후, 엄마는 혹시나 융자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에게 걱정 말라고 꿈의 내용은 이야기해 주지 않고 , 그 집은 네 집이 될 거라는 확신에 찬 말만 해 주셨다.

평상시에도 엄마의 꿈은 신기하리만치 잘 들어맞았기에 반신 반의 하면서도 엄마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어 졌다. 시간이 흐르고 집이 온전히 내 집이 되었을 때 엄마는 그제야 안심하듯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꿈에 할머니가 마늘 꾸러미 두 뭉치를 건네주더란다. 마늘이 문서를 뜻한다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내 몸에 소름이 쫙 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집은 우리 동네에서 땅이 무려 1 에이커에 달할 정도로 큰 땅이다. 집 옆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하나 더 있어 남편도 이 점이 마음에 들어 집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집을 사려고 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남편과 변호사 사무실에 들렸다. 마지막 계약서에 쌍방이 사인만 하면 초라하고 방금이라도 쓰러질듯한 이 집은 우리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집의 상태보다 내 집이 생긴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내 손에 집 열쇠가 건네지는 순간 묘한 벅참이 느껴지며 울컥했다.


10년 넘게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타지 생활을 하느라 내 집다운 집을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내 집이 아닌 월세집을 전전하면서 몸과 마음은 지치고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중 만난 집이라서 그런지, 다른 이에게는 몹쓸 집이라 쳐다봐 지지도 않는 집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저 고맙기만 한 집이다.


모든 서류의 절차가 끝나고 나서 집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집을 들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미리 틀어놓은 보일러의 열기로 집안은 온기가 따뜻하게 흘렀다. 온기로 집은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마침내 집이 나를 선택해 준 것이다.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

지금부터 집을 가지고 멋지게 놀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