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환골탈태하는 게 아니다

드디어 부엌이 6개월 만에 완성이 되다

by kseniya

남편은 부엌에 들어갈 캐비닛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작은 집이 더 이상 작아 보이게 하면 안 되었기에 흰색 캐비닛을 나는 원했고 , 주로 회색톤으로 가자고 했다. 내가 워낙 회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금 트렌드가 또 회색 계열이라서 회색과 흰색으로 가자고 했다.


결혼 후 남편의 단점 중의 하나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 우유 부단함이었는데 , 집을 고칠 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오케이다.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나에게 많이 미안해했다. 이 집에 오자마자 부엌은 근사하게 고쳐 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모든 집안의 스타일은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는 사람인 여자에게 맞춰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실질적으로 이 집을 꾸미는 데 있어서 남편은 한 번도 내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집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공간이 부엌과 욕실이다.

욕실은 기능만 괜찮으면 서서히 고칠 수 있지만 , 집안의 중심인 부엌은 집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발품을 엄청 많이 팔아야 했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 결과 가전제품의 경우 거의 반값으로 살 수 있었고, 백 스플래쉬에 들어가는 타일도 거의 원가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마침 색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라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주문했던 가전제품이 들어오고, 아일랜드가 만들어지면서 대강의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들어간 비용에 비해서 꽤 근사한 부엌이 나올 것 같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남편은 캐비닛을 일일이 하나하나 조립해 가면서 주방 캐비닛을 달았다.

이 모든 걸 혼자 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도 점차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틈틈이 남편은 내가 원하는 식탁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주로 쇼핑몰을 가면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보기 위해 유명한 가구점들을 위주로 눈 쇼핑을 많이 한다. 그리고 눈여겨봤던 디자인이나 소품들을 눈에 담아와서 실생활에 아이디어로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식탁은 너무 비싸고, 갖고는 싶고...

할 수 없지 만들어 달라는 수밖에...


육 개월간의 유랑생활을 한 것 같은 불안정한 생활의 긴 기다림 끝에 온 보상이라고 할까?

부시고 막고 뚫고 할 수 있는 건 다한 결과, 드디어 나의 부엌이 탄생했다. 크고 화려한 부엌은 아니었지만 , 원래 있던 부엌과 비교해 보면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다. 사람만 환골탈태하란 법이 있나...

밝고 시원한 회색 계열의 색으로 둘러싼 벽에 요즘 유행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가전제품이 들어간 부엌은 깔끔하고 깨끗하게 보였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막혀있던 공간이 하나로 뻥 뚫리면서 작은 공간이 시원하게 훤해진 느낌이라서 좋다.

드디어 나만의 부엌이 생긴 것이다.

온전히 남편의 망치질과 내 아이디어가 얹어진 나의 작품인 것이다. 돈만 있으면 이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부엌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반년에 걸친 우리들의 부엌은 돈 보다 훨씬 더 큰 의미인 스스로의 노동과 아이디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만간 식탁이 완성되면 부엌과 연결된 다이닝룸도 재탄생될 것이다.

식탁에 물을 들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