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곳은 뚫고 , 뚫린 곳은 막고....

용도에 맞게 구조를 바꾸다

by kseniya

드디어 남편이 망치를 들기 시작했다.

일단 막힌 곳을 뚫는다.

이 집의 구조는 길게 늘어진 단층집으로 일명 랜치 하우스였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근사한 이층 집들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단층 하우스에 지하실이 꾸며져 있는 그런 집을 선호한다. 사살 우리 집이 트렌드에도 어울리는 집이다.

잘만 꾸며 놓으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거실이 길고 좁게 늘어져 있는 대부분의 거실이 정사각형의 모습인 거와는 달리 직사각형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좁은 집을 각각의 용도로 공간을 막아놓아 집을 들어서면 갑갑한 느낌이 많이 드는, 쓸모없는 공간들이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 집이었다.

일단 다이닝룸과 뒤쪽 데크 쪽을 가리고 있는 큰 벽부터 허물기로 했다. 이 벽을 허물면 바로 데크와 다이닝 룸이 연결되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벽이 조금씩 허물어질 때마다 내 숨통도 같이 트였다.


다이닝룸과 부엌이 나란히 배치되어있는 곳에 부엌문이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좁은 곳을 더 좁게 막아놓은 것이다. 이 벽을 허물고 다이닝룸과 키친을 하나로 연결해서 오픈형 키친을 만들고 그 자리엔 아일랜드가 들어갈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면이 붙어있는 페닌졸라식이 될 것이다.

예산의 부족으로 남편은 일꾼을 구할 수가 없었다. 혼자 뜯고 치우고 우리가 다 해결해야 해서 공사기간은 꽤나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남는 게 시간인데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집이 집 같아진다면야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 헐 수 있었다.


키친에서 썬룸으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문과 벽이 있었다.

그 벽을 허물면 부엌은 완전 하나로 통일되면서 완전 오픈식이 되는 거였다.

세 개의 벽을 허물고 나면 원래도 넓지는 않은 사이즈였지만 그래도 탁 트이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 같았다.



망치를 들기 전 남편이 이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아들을 위한 농구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엘에이 살 때 좁은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농구를 좋아하는 아들의 바람인 농구대를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

그 일이 두고두고 걸렸던 모양이다.

이 곳으로 이사 온 이유 중 두 가지가 아들에게는 농구대를, 장래희망이 수의사였을 정도로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딸에게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마당 넓은 집을 가지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생명을 들이는 일이라 아직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아서 미루고 있는 중이지만, 농구대는 오자마자 바로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이제껏 제대로 된 자기 방 하나 없었던 아이들에게 비록 작고 좁은 방이지만 자기들의 방이 생겼기에, 남편이 딸방은 이쁜 바이올렛색의 페인트를 , 아들 방에는 푸른 바다색의 페인트를 발라주었다.

워낙 바이올렛 색을 좋아하는 딸은 흡족해했고, 이래도 저래도 시큰둥한 아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제는 쓸데없이 뚫려 있는 곳을 막을 차례였다.

아이들 방이 있는 곳의 화장실과 부엌이 일자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 배치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쪽에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를 일단 막았다. 그 막은 곳에 냉장고를 넣으면 빌트인처럼 보일 만한 공간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공간이 생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또 한 군데는 썬룸과 연결된 안방을 막는 거였다. 이 곳은 부엌과 연결된 곳은 뚫고 , 안방과 연결된 곳은 막아야 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뚫고 막음으로써 안방과 분리됨과 동시에 부엌과 길게 트이는 구조로 변경이 되는 것이다.

부엌에서 자그마치 세 개의 벽으로 막힌 공간을 뚫고 나니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을 어째 이렇게 좁게 다 막아놨을까?

그나마 하나로 연결된 부엌의 공간을 보니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 거 같다.


이제 다이닝룸과 부엌은 하나로 연결되고, 안방과 썬룸의 공간은 막혀 각각의 개인 프라이버시가 존중될 것이다.

기존의 썬룸이 안방과 연결된 개인 공간의 역할이었다면 부엌 쪽의 트임으로 인하여 가족의 공간으로 바뀐 느낌이 들게 하였다. 이렇게 구조변경 없이 벽이 뚫리고 막힘만으로도 집이 훨씬 넓고 시원스러워 보였다.

이제 부엌에 들어갈 부엌의 캐비닛과 가전제품이 채워지면 부엌의 윤곽은 대강 나올 것 같았고, 다이닝 룸에 놓일 식탁을 짜야할 순서다.


우린 이제껏 아이스 박스 두 개를 겹쳐 밥상으로 이용했다.

부엌 가구가 들어오고 나면 집안의 가장 큰 공사인 키친이 완성되는 거였다. 그러나 멕시칸 헬퍼 하나 없이 남편 혼자 이 모든 걸 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돈이 없으면 몸이 고달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