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낙엽을 치우느라 바깥 마당에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다반사다. 낙엽이 지정봉투에 거의 100 봉지를 채우고 나서야 서서히 땅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낙엽을 치우고 나니 이번엔 여기저기 산발해 있는 작은 나무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지시에 따라 남편은 톱으로 작은 나무들을 자르기 시작해 나갔다. 작은 나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꽤 넓은 마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덤불처럼 쌓인 자른 나무들을 태워야 할 시간이었다. 작은 화덕을 만들어 나무를 태우기 시작할 때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웃을 만나다.
옆집에 사는 듯한 두 여자였다.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라며 자기들을 소개했다.
그들은 새로운 이웃을 환영한다면서 손을 내민다. 그리고, 기프트 카드와 와인 한 병을 들고 와 정성 어린 카드를 내민다. 한 번 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이 새롭고 놀라운 모습은 내가 이 곳으로 오고 난 후의 첫 기쁨이 되었다.
왠지 앞으로도 좋은 기운이 우리를 감싸 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구할 때 집의 외적요소인 집의 크기, 집의 가격, 집의 구조를 세밀하게 따진다.
그런데 사실 이런 외적인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들이다.
집에 머무는 는 시간이 우리 일생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볼 때, 좋은 이웃을 만난다는 건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날 나는 그 좋은 이웃들을 만난 것 같았다.
그들은 좋은 이웃이었다.
처음 다가온 이웃인 오드리는 우리 집 왼편에 자리 잡은 집의 주인이었는데, 아주 큰 키의 온화한 말투를 가진 아주 인상 좋은 여자였다. 그 바로 옆집 주인인 딜이라는 여자는 깍쟁이 같은 인상과는 달리 싹싹한 말투와 정감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도 이 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이웃이란다.
여자 셋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하던 일을 마저 끝내기 위해 나무를 태우기 시작했다.
많은 차들이 우리 집 주차공간까지 차지한 것도 모자라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 후 오드리가 문을 두드린다. 자기 집에서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도 초대하고 싶단다. 무슨 파티인지 물어보니 아들이 뉴욕 메츠에 메이저리거가 된 거에 대한 축하 파티란다.
뉴욕 메츠?????
사실 난 엄청난 야구팬이었다. 마이크 피아자가 엘에이 다저스에서 뉴욕 매츠로 갔을 때 그를 따라 나도 뉴욕 매츠 팬이 되었었다. 김병헌 선수가 애리조나 구단에 있을 당시 그 소속 투수 커트 실링과 함께 마이크 피아자 선수 팬이기도 했다.
신기했다. 내가 메이저리거와 이웃이라니.....
오드리 손에는 손님들에 입힐 뉴욕 메츠 유니폼이 들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은 낯선 이 도시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초대는 정중히 사양하고 부리나케 양념치킨을 만들어 아이들을 통해 전해 주었다. 그 날 이후 오드리는 나만 보면 양념치킨 얘기를 한다.
오드리의 아들 토니는 이 곳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팀에서 주전 선수로 있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매츠로 트레이드가 된 것 같았다.
아주 큰 키에 눈망울이 너무 이뻤던 토니는 참 착한 청년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를 초대해 주고 아이들과 사진도 함께 찍어주며 가끔 마주칠 때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엄마의 그 아들이었다.
오드리는 그 후로도 우리들에게 세세하게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허리케인 어마를 만나다.
2017년 그 해 늦여름에 들이닥친 처음 경험해 본 허리케인 어마의 위력으로 조지아도 그 영향권에 들었다. 이 곳에 이사 오고 처음으로 경험해 본 허리케인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나무들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사방이 나무숲인 우리 집은 그야말로 옛 영화 '폭풍의 언덕'의 비바람처럼 사방을 어마의 무시한 위력으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 노여움이 그치길 기다릴 뿐...
이 순간 누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른다.
이웃집 오드리였다. 이 비바람을 뚫고 딸과 함께, 위험하니 지하실로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하라고 알려주러 온 것이었다. 혹시 정전이 될 수도 있으니 촛불을 준비해 가라고 세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면서.... 고마운 이웃이었다.
우리는 안전하게 태풍을 피해 지하실로 대피했지만, 허리케인의 피해를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날 간발의 차이로 오드리의 소유가 되었던 커다란 나무가 우리 집을 덮쳤다. 그 나무는 바람에 힘 없이 우리 집 지붕 위에 쓰러졌고, 날이 밝자, 나무의 주인인 오드리를 찾아가 물어보니 조지아 법상 자연재해에 해당될 경우는 나무가 쓰러진 장소의 주인이 해결하는 거라고 보험사에 물어보라 했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우리 집 보험사에 전화해 알아보니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얘기를 한다.
보험사 직원 맞나 모르겠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오드리의 말이 맞았다.
자연재해인 경우, 나무가 쓰러진 곳 집주인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오드리는 그 나무 치우는 비용은 자기가 내겠다고 하면서 800불이 넘는 비용을 내고 나무를 깔끔히 치워주었다. 고마운 인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