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여전히 남편의 망치 소리로 온통 공사현장을 방불케 하고 , 여전히 우리는 난민 수용소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참아지는 이유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처음의 집에 분위기를 벗고 , 점점 나만의 집으로 변신되기 때문이었다.
이미 벽은 허물어졌고, 부엌이육 개월 만에 완성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았다. 점점 하나씩 하나씩 빈 공간이 채워져 가고 있었다.
아침이 지나고 아이들이 다 학교를 가고 난 후, 엄마와 나는 아직까지 이 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몰라서, 무료함을 견뎌내기 위해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는 게 어느덧 하루의 낙이 되어 버렸다.
"엄마! 이 동네는 한국 사람이 하나도 없나 봐 "
"죄다 미국 사람들뿐이네"
아침마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는 엄마도
"나도 아직 머리 까만 사람은 하나도 못 봤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매일 창문에 기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하기사 이런 동네에 한국 사람이 있을까?"
"다 좋은 옆동네 좋은 집에 살겠지."
창문을 바라보며 사람 구경하는 일이 시큰둥해지면, 엄마와 함께 동네길을 한 바퀴 돌아본다.
가는 길마다 내 발에 차이는 게 나뭇가지들이고, 고목이고 돌멩이들이었다.
길을 걷다 멈추어서 보면, 제법 쓸만한 것들이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그렇게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자연의 시체들을 데려와, 나에게 와서 의미 있는 인간의 허영심을 만족시켜 줄 만한 작품으로 변해갔다.
정말이지 자연은 죽어서 벗겨진 허물까지도 희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 우리 집의 부분 자리 잡고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소품들이다.
1. 빈 나무껍질이 주방 식탁의 센터피스로 변하다.
길거리에 버려져 있던 나무껍질을 가져와, 그 위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 말리니 근사한 센터피스가 만들어졌다.
이 안에계절이나 콘셉트에 맞게 장식을 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변신을 할 수 있는 아이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손님들이 탐을 내는 1호 소품이다.
그 안에 들어갈 꽃들이나 소품들도, 나는 주로 집 마당에 피는 꽃들이나 조화를 섞어서 쓰는 경우가많다.
조화 같은 경우도 철이 지나갈 때쯤 사면 원가의 90프로로 살 수가 있다. 철 지난 소품들을 미리 사다 놓고 돌아오는 해에 사용하면, 아주 저렴한 값으로 집안을 꾸밀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내가 자주 가는 굿윌에서는 정말 1불도 안 되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콘셉트에 맞게 잘 골라오면, 이 또한 경제적인 영향을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집안을 꾸밀 수가 있다.
2. 버려진 빠렛 판자 나무들로 꾸며진 벽에 걸린 장식품
이 소품은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디자인인데 너무 멋있어서 남편을 졸라서 만든 소품이다.
공사할 때 무거운 물건을 바치는 판데기 같은 이 빠레트 나무는 거의 다 버리는 물건이다. 이 나무판데기에 색을 입혀 근사한 벽에 걸 수 있는 벽장식이 완성됐다.
재료비는 남편의 망치질과 못질이다.
이 장식품 또한 우리 집에 들어서면 가장 인상 깊게 만드는 포인트 요소다.
서울에서 우리 집을 방문한 어느 지인분이 연신 사진을 찍어 전송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곳에 촛대나 작은 꽃병에 꽃을 꽂아두면 근사한 계절의 변화를 볼 수도 있다.
3. 나무토막이 트리스마스 장식품으로 변신하다.
이 소품 역시 소품 가게에서 쇼핑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인데 아주 심플한데 가격이 꽤 나갔었다. 사진으로 가져와 집 마당에 뒹굴어져 있는 나무토막을 가져와, 지끈을 풀어 끈을 만들고 , 집 밖에 널린 크리스마스 때 쓰는 솔잎과 빨간 열매가 피어있는 나무를 가져와, 멋진 크리스마스 소품을 만들었다. 벽난로 앞에 놓고 보면 꽤나 운치 있다.
4. 버려진 고목의 뿌리를 가져와 색을 입혔다.
말린 작은 장미와 꽃으로 매치시키니 꽤나 근사한 고혹적인 인테리어 소품이 탄생했다.
주로 화장실 세면대 위에 놓고 보면 좋다.
5. 식탁 위에 올려진 꽃병
봄이나 여름에 그 계절에 맞는 꽃으로 장식을 하면 , 작은 집안에 활기가 돌고 입맛도 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파게티를 먹고 나면 나오는 빈 병에다 실을 감아 그 위에 페인트 칠을 해서 색감을 매치시킨 것이다.
실값만 들었다.
그 안의 꽃들은 봄에는 수선화와 푸른 잎들을 넣고, 여름엔 역시 집 앞에 피는 넝쿨 장미의 연한 핑크를 따다가 물속에 넣어 주면 집안이 화사해진다.
이 밖의 나무판자에 글을 오려 붙여 추수감사절에 쓰이는 현판이나 부서진 석상의 받침대에 돌멩이를 담아 장식한 소품들도 있다.
여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특별한 소품이 더해지면,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아버지와 딸이 같이 만들어 낸 공간이 이루어진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사랑이 깃든 이 공간은, 돈의 가치보다 손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