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라곤 공부밖에 없는데 , 사방이 쥐 죽은 듯이 고요 하니 오히려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글러먹은 것 같아 오만 잡생각만 더 들었다.
가끔씩 생각 나는 실연의 상처들까지도.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있으면 정말 쥐새끼 한 마리 댕기는 꼴을 못 볼 정도로 동네는 한적했다. 가끔가다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있는지, 연이어 짖어대는 동네 이웃 개들의 소리만 들릴 뿐.
평상시에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먹고 자고 일을 하는 올야 남편 꼴랴는, 일주일에 두세 번 씩 트람바이 전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중국 남자답게 부엌으로 곧바로 향했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말가루 반죽을 하고, 바로 밀대로 만두피를 그 자리에서 돌려가며 만들어내는데 기계보다 정확하다. 내 눈이 꼴랴의 손을 따라가기가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만큼 신기한 광경이었다.
재빨리 만들어낸 만두피에 만두속에 들어갈 소를 만드는데아주 간단하게 만들어냈다.
계란에 기름을 붓고 스크램블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 부추를 집어넣고 중국식 향신료를 뿌리면, 초간단 만두소가 만들어졌다. 만두피에 이 소를 넣고 양손을 눌러 주면 초간단 만두가 만들어졌다.
이 만두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겨냈다.
만두가 다 구워지고 난 후, 꼴랴는 나에게 맛보라고 만두를 내밀었다. 먹어보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 들어간 재료 치고는 맛은 훌륭하다고 해야 하나.... 이렇듯 꼴랴는 올 때마다 중국식으로 만들어진 기름진 음식들을 해서 올야에게 먹어보라고 했다. 올야는 같이 산 햇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항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저놈의 기름진 음식 도대체 느끼해서 못 먹겠단다.
음식이 안 맞아도 못 살겠다고....
우리 입맛엔 다소 기름진 음식들이긴 했지만, 나의 눈엔 꼴랴의 다정함이 눈에 더 들어왔다.
우리나라 남자들처럼 들어오자마자 밥을 달라 소리는커녕, 말없이 처음부터 시종일관 혼자서 음식을 하면서,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고 진심으로 즐기면서 음식을 했다.
신랑 감으로는 중국 남자라더니...
러시아에 오자마자 꼴랴를 처음 봤을 때 깡마른 체격에 짙은 범눈썹을 한 꼴랴는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차갑고 깐깐한 인상이라 조금 주눅이 들었지만 ,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측은했는지 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꼴랴의 만두가 물릴 때쯤, 올야네 집에 멀리서 손님이 왔다.
바로 꼴랴의 아들 부부가 북경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꼴랴 아들은 북경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었다.
꼴랴 역시 서슬 퍼렇던 중국의 마오쩌뚱 공산당 시대 때 , 대규모 문화 지식인들의 숙청으로 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문화혁명 당시, 목숨을 걸고 러시아로 탈출한 지식인이었다.
그 당시 부르주아 전문가로 불리였던 특정 지식인들인 교수, 교육종사자들이나 예술 문화, 의사 등... 전문적 지식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일어난 대규모 혁명으로 중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꼴랴 역시 역사의 희생물이었던 셈이다.
러시아에서도 의사나 교수들의 월급이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생각하는 거와는 달리 상상외로 적은 액수였다.
그때 사회적 이념의 차이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사촌 워와 오빠의 아내도 의사였다. 그 당시 하얼빈에서 옷을 구매해와 추운 겨울, 도매시장에서 남편과 옷을 팔고 있었다.
꼴라 아들 내외가 올야네 집에 방문을 했다. 올야는 아들 부부를 내려놓고 다시 일을 갔다.
그들은 미리 장을 봐 온 재료들을 꺼내놓고 본격적으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중국사람들의 지나친 만두 사랑을 말이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이제껏 맛본 만두 중에 가장 맛있었던 만두를 맛보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두 부부는 말로 일일이 주고받지 않아도, 몇십 년 된 숙련공들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남편이 밀가루를 힘차게 반죽을 하면, 아내는 그 반죽을 한주먹씩 떼어내 길게 엿가락처럼 늘어뜨린 다음, 동그랑땡처럼 칼로 썰어낸다. 남편은 그 조각을 한 손에 잡고, 다른 손에 쥐어져 있는 밀대로 한 방향으로 돌려가며, 만두피를 얇게 만들어 나간다. 순식간에 만두피가 쌓였다.
만두피를 만들어 놓고, 이번엔 만두소를 만드는데 재료가 간단했다. 돼지고기 양파 부추 배추를 다져 넣고 중국식 향신료를 뿌린다. 얇게 만들어 놓은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데 솜씨가 예술이었다. 마치 공장에서 찍혀 나오듯 아내의 손에서 만두들이 빚어져 나왔다.
부부의 환상적인 호흡도 호흡이지만, 손이 가는 이 음식을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보면서도 신기했다.
만두가 어느 정도 빚어지자, 찜통에 쪄서 바로 나온 만두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정말 맛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날의 그 만두 맛이 생각나서 입안에 군침이 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만두를 먹어보았지만, 그 날의 만두 맛은 만나 볼 수가 없었다. 물론 비싸고 좋은 곳에 더 맛있는 만두가 존재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맛에선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추억과 함께 한 음식이라 더 과장되게 느꼈을 맛이기도 했겠지만, 러시아에 있는 동안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기억되고 있다.
지금 나도 음식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 맛은 흉내 내지 못한다. 다만 그 언저리 비슷한 맛은 낼 수 있다.
그 이후로 만두를 만들 때 나는 항상 배추를 넣는다. 그 담백한 맛의 비밀 같지도 않은 비밀은 , 배추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