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다달이 나가는 집 페이먼트를 걱정해야 하고, 여전히 카드 값은 쌓여간다. 원래 있던 혈압은더 오른다. 이 곳에 왔다고 해서 경제적인 여건이 그다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음의 상태가 천국 밑의 999국이다.
초라하다 못해 여기저기 구멍 난 낡은 상태의 집이, 처음의 상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내 맘에 들게 변해 갔다. 집이 집다워질수록, 내 입가의 미소도 같이 환하게 퍼져나갔다.
정해진 사이즈는 줄일 수가 없어 여전히 좁은 집이지만, 넓게 탁 트인 집안은 훨씬 세련되고 쾌적해졌다.
볼 때마다 만족스러움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 나를 보고, 남편은 신기하다는 듯이 그렇게 좋냐고 물어본다.
"당연하지"
"천국 밑에 999국 같아"
거짓말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다. 새벽에 인공의 소리인 괘종시계 대신, 자연의 소리인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뜰 수 있고 ,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 준다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창문을 살짝 열기만 해도,새벽 공기의밤이슬을 머금은 나무와 함께, 풋풋한 흙냄새가 집안으로 스며드는 이 곳이 도시라는 걸 잊게 해 준다.
편리한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
그렇다!
이 곳은 숲이 우거지고 뒷마당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산장 같은 집이지만, 집 입구만 나가면 바로 모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도시 속의 도시다.
나의 집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동서남북으로 10분 이내에 편리한 시설이 다 들어앉아 있고, 은행이나 관공서 또한 10분 안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속의 모든 시설이 집으로부터 넉넉잡고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이다.
코스코와 홀푸드는 15분 안에 갈 수 있다. 이 주의 유명한 종합병원도 바로 코 앞에 있다. 이러한 편리한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도시이자. 한 번 들어오면 절대로 나가지 않는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소문난 도시다.
넘치는 마켓들 , 편리한 관공서들....
이런 편리함은 집에서 머물 시간들을 더욱 연장시켜준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에게 집을 고르는 1순위가 된 학군 고르기 또한, 조지아 주 최고의 학군을 자랑한다.
이 조그마한 도시에 무려 고등학교가 5개나 들어있다. 이 5개 학교가 조지아 상위권에 모두 랭크되어있다.
교육 수준도 이만하면 아주 굿이다.
집의 위치와 인프라의 상관관계는 학군과 더불어 집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한데, 이 모든 걸 충족시켜 주는 나에게 있어서는 만점짜리 도시다.
예전 엘에이에 살 때는 코스코라는 대형 마켓을 한 번 가려면 그 교통대란을 뚫고 30분 내에 겨우 도착하면 그 안에서 또 소모되어 버리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았다.
가는 시간과 오는 시간을 더해 쇼핑 시간까지 합치면 , 그 날의 오후는 거의 다 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엄청난 것이다.
은행업무도 가장 사람이 많은 곳에 살다 보니 1시간은 기본이었다. 나의 차례가 오기까지가.....
오래된 도시라서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멀리 떨어져 있는 옛날 집들의 집 구조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고, 사실 가는 길마다 숲들이 조성되어 있어, 도시 자체가 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인간이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사회 전반적인 기반과 사람이 살아가는 친자연적인 주거형태가 만난 도시, 가장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고 이상적인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집이 되기까지..
이 모든 편리한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완벽한 도시를 돈 한 푼 없는 내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을까?
자다가도 신기하다. 일단은 미국의 융자제도에 힘입어, 다운할 수 있는 돈의 3프로만 입금하고 집을 살 수 있었다. 이 말은 97프로가 은행돈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융상태로 봐서는 은행집이긴 하지만, 실소유주는 나이기에 사는 동안 내 집을 나답게 꾸밀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아무도 손 볼 수 없는 이 낡은 집이 우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남편이 건축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버짓 안에 해결 가능한 집값이었다.
여타 훌륭하고 멋진 이웃집과는 확연한 차이를 가진 단점이 많았던 이 집이, 내 눈에 들어오고 내 맘에 들었던 건 집의 상태보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더 마음이 간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상황이 이 3가지 요건과 나의 희망이 합쳐져, 이 집은 우리 집이 된 것이다.
여기에 경제상황만 받쳐주면 완벽한 천국 생활 이겠지만, 어찌 그렇게까지 바라겠는가? 이 마저도 아주 훌륭하다.
자연은 돈 안 드는 마음의 치료제다
우리집 단지안에 있는 계곡과 숲길들이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 정착하고 난 후, 나의 몸상태의 변화다. 엘에이에서부터 발병했던 공황장애로 인한 정신의 망가짐은, 약에 의존하는 빈도수에 따라 겉모습까지도 갉아먹을 정도로 망쳐놓았다.
약의 부작용은 몸의 변화로 이어졌고, 그로 인한 우울감은 나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예전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없이 육체와 함께 패배감을 가져다주었고 , 그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었다.
육체와 정신의 망가짐은 나의 사회적인 활동을 방해했고, 나는 무기력 해지기 시작했다.
집 밖의 쉬운 일방통행 차선도 운전을 할 수 없었던 나였다. 실제로 3년간을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집에서 시체 놀음을 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했지만 , 인간이라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에 관해서는 더욱더.... 나는 엄마였다.
이 병이 찾아오기 전까진 그나마 극성 엄마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살아 애들 밥만 굶기지 말자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집이 나를 변화시킨다.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주고 다시 희망을 가져보게 했다.
자연에 대한 감탄이 이어질수록 약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졌다. 자신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집에서 노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 정신은 서서히 맑아지고 있었다.육체는 이미 먼 강을 건너 손을 쓸 수 없이 늙어버렸지만, 정신은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