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이 아닌 명품 벽을 선물 받다.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
결혼을 하고 난 후, 해마다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요즘은 흔해져서 명품이라고도 말 못 할 가방이, 은근히 욕심이 나는 시기가 된다.
남들처럼 나도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우리 형편에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은근히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꺼내 본다. 나도 명품 가방 하나만 사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해마다 바뀌지 않는 남편의 대답은
"사고 싶으면 맘대로 사!"
"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말 뜻은 사고 싶으면 사되 , 그 뒷감당도 나보고 하란 소리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이다.
이 말처럼 상대방 김새게 하는 경우도 없다.
뻔한 살림에 뻔하지 않은 여윳돈으로는, 내 안에서 훤히 읽히는 가정경제 상황이, 엄감 생시 천조각으로 된 가방 하나 제대로 사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애써 크리스마스가 애들 명절이지 무슨 늙은이들 까지 선물이냐 하고 묻어버리지만, 속은 왠지 나도 아이들처럼 섭섭하다.
아직 벽이 뚫리기 전의 상태그러던 중 항상 허전한 다이닝룸의 한쪽 벽면이 갑자기 내 눈에 들어왔다.
"여보! 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 벽 좀 해주라!!"
리세스 월 캐비닛이라고 한국말로는 벽감이라고 한다는데, 벽을 뚫어 그 공간에 조명을 만들어 , 꽃병이나 작은 소품들을 넣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물이었다.
평상시 내가 좋아하는 구조물이기도 했다.
남편은 내가 그 소리를 하자마자 벽 쪽을 쳐다본다. 그러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 내가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지 "
벽을 두드려보며 벽 뒷면의 공간을 가늠해 본다. 벽과 벽 사이의 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망치를 들고 왔다.
무언가를 해 달라고 하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다. 벽장 속의 못을 하나 달아달라 해도, 족히 최소한 3개월은 걸리는 사람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망치를 들기 시작한 건 , 내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보는 신기한 남편의 모습이다.
결혼하고 제대로 된 선물 하나 못 받아본 와이프에 대한 측은함이었을까? 그렇게 말 한마디로 작은 공사가 바로 시작되었다.
공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에 끝이 났고, 마무리로 벽상단 부분에 조명만 들어가면 근사한 리세스 월이 되는 거였다.
조명이 달리고 불이 켜지는 순간 멋진 공간이 탄생했다.
작은 우리 집의 단순함을 한층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공간이 탄생된 것이다.
이 곳은 해마다 색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앞마당에서 피는 꽃들로 채워져, 계절을 알리는 장소로도 쓰이고, 때론 작은 아트 갤러리 같은 분위기도 만들어 주고 , 밤에는 거실을 밝혀주는 거실 등 역할도 하고 있다.
벽하나 만 뚫었을 뿐인데.....
내 맘대로 변덕스럽게 꾸며지는 공간이 된 것이다.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명품 가방보다, 집의 퀄리티를 확 살려주는 명품 벽이 나에게는 훨씬 실용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작은 거실의 소파에서도 분위기 있게 커피맛을 살려주고, 부엌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음식을 할 때도 기분을 업 시켜주는 공간이 되었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아무래도 다른 벽을 뚫어야 할 것 같다.
남아날 벽이 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