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만 보다 인상이 망가져버린 인생

by kseniya

서서히 드러나는 사진속의 남자..

멋진 중년의 신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후한 멋을 지닌 배우같이 생긴 남자가 들어있었다.

사진속의 감각있는 남자, 느낌있는 남자가 핑크빛 남방을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울 아버지 눈에 별이 반짝반작 빛나기 시작했다. ㅎㅎㅎㅎ

아버지는 유독 코 잘 생긴 사람을 좋아했다. 서양인만큼 높은 코에 남자답게 생긴 서글서글한 그의 모습에, 울 아부지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들뜨기 시작했다. 사진속으로 본 나의 남편의 첫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번뜩이는 차가움 속에 선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 좋은 인상이었다.


우리집 식구들 결론은 사기다... 이 사진은 아마도 본인 사진이 아닐거라고 난리가 났다.

기가 센 나의 오빠가 드디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풀이죽어 집안에서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안에서 드문 불출했던 동생이, 이런일이나 하고 앉았다고 그 잘난 성질만큼이나 불같이 화를 냈다. 도대체 엄마 아부지는 집에서 뭐하고 었냐고, 딸이 이토록 망가지도록 냅두고 있었냐고, 화살이 늙은 울 부모님한테로 갔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새언니도 기가 찬지 말문을 닫아 버린다. 그들에게 난 미친여자였다.

울 오빠 서슬퍼런 성격이었지만, 마음도 약해서 내가 공부라도 조금하고 있으면, 안스러워서 불 끄고 자라고 불끄고 나갔던 그런 오빠가 불 같이 화를 냈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이런식으로 사람을 만냐냐고 나를 미친여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니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식으로 장난하냐고....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런 사람이 그런식으로 채팅을 하지는 않을거라는 결론이었다.

"나도 하는데 뭘...."

"사람이 어디서 만나는 거가 중요하냐 누굴 만나는냐가 중요하지"

"자기 아버지 친구가 시어머니로 만나더라도 이혼하더라"

실제로 내 친구가 그랬다.

서로 지 할말만 한다.


채팅방으로 들어가서 진짜 자기 자신이 맞냐고 했더니 막 웃는다.

우리집 식구들 아무도 안 믿는다고 이 사진은 사기라고 ....

사진이 그거 밖에 없어서 그걸 올린거라고.. 자기 맞다고 ...

몇년전 사진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거 보다 훨씬 더 늙어보인다고 까지 했다.


웬만해서는 끄덕하지 않는 나는 주변에 미남들이 많았다.

그 기센 울 오빠는 여자들이 상상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 할 정도로 윤수일을 닮은 아주 잘 생긴 남자였고, 그 오빠를 낳은 나의 아버지 역시 미남이었다. 주변이 다 미남자들이었기 때문에 나의 남자를 보는 기준은 상당히 높았다.

그런 나의 눈에도 나이보다는 더 들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그는 미남이었다.

흔하디 흔한 미남이 아닌 남자답게 각이 잡힌 그런 남자

남궁원 비슷하게 생긴 그런 상남자였다. 이미 키가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까지....

적어도 그런 남자가 나의 방에 죽치고 앉아 있는 그런 남자라곤 솔직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전번을 주었다. 망설임없이...

외모가 주는 행복감 다들 아시지 않을까?

이번엔 일이 아닌 내 인생을 배팅해 보기로 했다. 이 남자에게 가보는거 뭐!!

인생 뭐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다. 결론은 인생이 거기서 거기가 아니였지만, 그 당시 내 마음은 그러했다.

전화 속으로 들려오는 처음 듣는 목소리 , 서로 웃기만 한다....

러시아어를 하는 서울 여자와 미국에 사는 경상도 사투리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두사람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서로가 누군지도 모른채 가슴엔 미지의 설레임에 기름을 부어 얹듯이 감정은 실제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를 보러 오기 위해서 비행기 표를 끊었단다.

그 비행기를 타지 말았으면......

내가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았으면 나에게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러나 이런 생각이 무색하게 그와 나의 서로 다른 인생은 하나의 인생이 되기 위해서 번개가 내리치듯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