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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ieQ Aug 24. 2020

After Corona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7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이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 하루하루를 운명에 맡기며 살얼음판 같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그리스도 탄생 이전 B.C.(Before Christ)와 이후 A.D.(Anno Domini)로 구분된다. 이제는 코로나 창궐 이전 B.C.(Before Corona)와 이후 A.C.(After Corona)로 나뉠 전망이다. 

그래서 X, Y, Z 세대로 구분되던 인류의 세대 구분에서, Z세대 이후는 아마도 C(Covid19)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C세대 탄생의 원년이 된 2020년,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역사 속에서 After Corona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인구피라미드 세대 구분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인구피라미드 재구성)


X세대인 나는 삐삐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워크맨으로 서태지 음악을 듣던 세대다. 

홍콩 누와르(noir)의 주인공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는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속에 나의 존재가치가 있었다. 혼밥, 혼술을 하느니 차라리 안 먹고말고,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가서 먹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사람 사이에 끈끈한 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tvN ‘응답하라 1988, 1994’ 시리즈는 딱 우리 얘기였다. 


▲응답하라 1988, 1994 시리즈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Z세대에는 Y세대에게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이 있었다. 그것을 들키면 꼰대 취급당할까 봐 내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그저 못 본 척 어른 미소로 말을 아끼곤 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는 이 세대는 밥 먹는 식탁에서도, 친구, 애인과 마주 앉아있으면서도, 사람과 차가 같이 다니는 골목길에서도, 교차로 신호등을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교통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보기 힘든 풍경이 됐다.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고, 오로지 스마트폰만 본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며 나의 생활과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After Corona 일상생활의 변화


웬만하면 사람 많은 곳에는 안 간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운이 나쁘면, 재수 없으면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야외 공원을 산책할 때도 의식적으로 사람 많은 길은 피해 다닌다. 


어쩌다 마스크 안 한 사람을 보면 완전 극혐이다. 전염병 환자 만난 듯 빠른 걸음으로 멀찍이 피한다. 나 하나뿐 아니라 내 식구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전달될 수 있기에 마음이 각박해지는 것 같다. 


활동 반경이 대폭 축소됐다. 내 집 안과 내 집 마당, 집 앞 공원이 전부다. 2주에 한 번씩 가던 대형마트도 한 달에 한번, 짧은 시간에 후다닥 다녀온다. 


내 집 식구를 제외한 외부인과의 만남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휴직 상태니 가능한 얘기지만) 지난 7개월간 오프라인으로 만나 식사와 얘기를 나눈 사람은 모두 20년, 30년 지기 평생 친구들 여남은 명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다. 도서관도 문을 닫아 책 대여도 못하니 전자책을 보게 되고,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이용한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얼굴 한번 보자”했던 지인들과는 7개월 내내 카카오톡 안부만 주고받고 있다. 

쇼핑도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도 스마트폰으로, 공과금 납부도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을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고, Z세대의 태도와 행동은 결국 시대의 반영일 뿐인데, 나는 그 변화를 이제야 체득하며 이해하고 있다. 


언택트(untact)가 디폴트(default)인 시대


일상에서 비대면(untact)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 중에 재택근무를 하는 친구도 많고, 중학생 조카도 온라인 수업과 등교를 병행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먼지만 쌓여가던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를 한다. 

“아리아 음악 틀어줘”

“아리아 알람 맞춰줘”

“아리아 날씨 알려줘” 

“아리아 오늘 저녁 뭐 먹지?”

아리아... 아리아... 

야외 레저 활동이나 헬스, 요가도 전부 중단하고, 혼자 걷기운동이나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선생도 되고, 친구도 되는 시대다. 


언젠가 함께 일하던 알바 학생과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눈앞에 키오스크가 버티고 있었다. 처음엔 LED 배너 광고판인 줄 알았다. 조작법을 몰라 (모른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먹고 싶은 거 고르고 이걸로 계산해. 나는 너랑 같은 거로!”하며 카드를 건네주고, 팔짱 끼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지금은 대면 주문보다 키오스크가 더 편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심된다. 주차장이나 영화관, 하다못해 동네 분식집에서도 키오스크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나도 처음엔 박막례 할머니랑 똑같았다. (이미지출처: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영상 캡처)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서빙로봇, 요리로봇, 카페의 바리스타로봇까지 등장했단다. 앞으로 딜리버리(delivery) 서비스가 더욱 확대, 발전할 텐데, 배송로봇의 등장도 머지않은 것 같다. 


대중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무게 두기, 

가족과 가까운 친구 외에 거리 두기, 

건강과 생존에 대한 염려, 

오프라인 활동 반경의 축소와 온라인 활동의 확대, 

사람보다 기계, 로봇, 인터넷을 더 신뢰하는 것, 

 After Corona 시대에 우리 생활의 변화는 Z세대 이후 등장한 C세대의 주요한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대량 생산까지 존버 정신으로


최근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21세기 모범 시민답게 매일 뉴스를 보며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세계적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인류는 진보와 발전으로 그것을 이겨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와 문학 속에서 보았다.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0%(대략 1800만 명, 현재 세계 코로나 사망자수는 80만 4천 명)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 19세기의 콜레라, 20세기의 천연두, 전 세계 인구의 5%가 사망했던 인플루엔자(독감)까지.  

그래도 인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다. 


작년 11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시즌2 전염병의 위협> 편에서 선구자 빌 게이츠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범유행 전염병이며, 어떤 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경고했었다. 

그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수백만 명이 더 사망하고, 내년 말에야 백신이 대량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영상 캡처)


언제가 됐건 그날까지, 우리는 각자도생은 물론, 마스크 쓰기, 손 자주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나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존버 정신으로 견뎌내야 한다. 


<참고서적> 

로날트 D. 게르슈테_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_미래의창, 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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