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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개와 고양이가 떨어진다

같은 비, 다른 세상

by Susie 방글이





창밖에서 빗소리가 토독토독 귓가를 간지럽히는 날, 날씨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다. 그런데 같은 '비 오는'을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이렇게나 다르게 말한다는 거, 혹시 알고 있나요?


언어는 그냥 말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성, 사고방식, 문화가 촉촉이 녹아든 창이다. 오늘은 비 오는 날을 계기로, 미국과 한국의 표현 차이를 가볍게 들여다보며 두 문화가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는지, 살짝 웃으며 탐험해 본다.

비가 많이 내리면 미국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It’s raining cats and dogs!" 하늘에서 고양이와 개가 우수수 떨어진다고? 그럼 우산 대신 고양이 간식이나 강아지 장난감을 챙겨야 하나?


처음 듣는 사람은 이게 '비가 엄청 쏟아진다'는 뜻이라니, 좀 황당할 거다. 진짜 고양이와 개가 떨어지면 동물 보호소가 난리가 날 테지만, 영어는 이런 유쾌한 상상력으로 일상을 장난처럼 꾸민다. 말속에 은유와 재치가 톡톡 튄다.


궁금하다. 이 표현, 대체 어디서 왔을까? 정확한 기원은 살짝 오리무중이지만, 17세기 영국에서 하수도가 엉망이라 비 오는 날 죽은 동물들이 거리에 떠다니던 장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좀 으스스하지만, 그 시대의 풍경과 상상력이 버무려진 표현이라니, 미국식 언어 놀이의 매력이 느껴진다.

빗방울인 줄 알았더니, 야옹이가 떨어진다고요?
오늘 날씨 예보: 고양이랑 강아지 소나기 주의보

반면, 한국에선 같은 비를 두고 "억수같이 온다"거나 "장대비가 쏟아진다"라고 말한다. 고양이와 개 대신 빗줄기가억세게 몰아치는 이미지가 훅 들어온다. '억수'라는 단어 하나로 온몸이 흠뻑 젖는 느낌이 생생히 전달된다.


한국어는 이렇게 직관적이고 현실적으로 감정을 쾅! 하고 전한다. 동물 타령할 시간에 빗방울부터 피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태도다.


이 차이는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다. 문화와 사고방식의 색다른 매력이 담겨 있다. 미국은 기발한 이미지로 재미를 더하고, 한국은 솔직하고 생생한 표현으로 마음을 툭 내민다. 언어라는 옷을 입은 두 문화의 개성이 이렇게 다르다.


음식 이야기도 비슷하다. 미국에선 단 걸 좋아하면 "I have a sweet tooth"라고 말한다. '달콤한 이빨'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 표현은 사실 치아가 달콤하다는 뜻이 아니다. 옛 영어에서 tooth는 단순히 치아만이 아니라 '입맛'을 뜻하기도 했다. 그래서 "sweet tooth"는 곧 "단맛을 좋아하는 입맛"이라는 의미가 된 것이다. 14세기부터 쓰이던 이 표현은, 일상 속 취향을 장난스럽게 빗대는 영어 특유의 은유 감각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그냥 '단 거 좋아해"라고 툭 던진다. '이가 달콤하다'는 상상 대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굳이 비유를 곁들일 필요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게 한국어의 매력이다. 간결하고 진심이 담긴 말투로 마음을 전하는 데는 따라올 게 없다.

단 걸 좋아하는 저도 먹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요.
이 정도는 있어야 냉동실이죠.
Sweet Tooth 가진 사람의 약점

일상 속 다른 장면도 재밌다. 미국에선 약속에 늦어도 "fashionably late"라며 멋지게 포장한다. 그러니까 '늦었지만 스타일은 살아있다'는 당당한 자기주장이다.


반면, 한국에선 "지각했다"거나 "늦었어"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미안함이 묻어나는, 누가 봐도 늦은 그 자체를 툭 까놓는다. 늦는 것마저 이렇게 다르다니.

"어.. 벌써 다들 와 계셨네요~!

이런 표현 차이 뒤엔 각 나라의 역사, 사회, 가치관이 촘촘히 얽혀 있다. 미국의 표현은 다양한 이민자가 뒤섞인 멜팅팟 문화, 개척 시대의 도전적인 분위기, 할리우드와 재즈 같은 대중문화가 녹아들어 창의적이고 개인적인 색깔을 뽐낸다.


한국의 표현은 농경 사회의 실용적인 관찰, 유교 문화의 공동체와 예의를 중시하는 뿌리에서 나온다. 그래서 미국은 상상력 넘치는 언어유희로, 한국은 체감 가는 직설로 세상을 말한다.


결국 같은 상황도 두 언어와 문화에선 완전히 다른 색깔로 빛난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창이다.


고양이와 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국의 상상력, 억수같이 쏟아지는 한국의 생생한 직감. 이 차이를 곱씹는 것만으로도 서로 다른 문화를 살짝 엿보는 재미가 있다.


비 오는 날의 표현 하나로 이렇게 깊고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니, 언어란 참 묘한 존재다. 오늘은 이 작은 차이를 음미하며, 다름을 즐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조금 더 키워본다.


세상엔 다양한 언어가 있고, 그 안에 담긴 문화는 톡톡 튀는 농담처럼 때론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 다채로운 세상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오늘도 좋은하루가 될 것이다.

바다는 늘 같은 곳에 있지만, 바라보는 마음이 다채로움을 만든다.

언어의 다름은 벽이 아니라,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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