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의 마케팅
우리는 자주 칙필레에서 먹는다. 치킨나라인 한국에 있을 때도 이 특유의 치킨버거가 생각난다. 버터 번 사이 바삭한 닭가슴살, 피클 두 장, 그리고 중독적인 칙필레 소스. 한 입베어 물면 "아, 이 맛!" 하며 눈이 저절로 감긴다.
미국 치킨 업계 1위, KFC도 제쳤다는 칙필레(Chick-fil-A). 매장은 맥도널드보다 적지만 매출은 어마어마하다. 근데 그 치킨만큼 강렬했던 건, 일요일에 닫힌 가게 앞에서 느낀 묘한 아쉬움이었다.
칙필레 메뉴는 터무니없이 단순하다. 치킨 샌드위치는 닭튀김, 피클, 번. 끝. 와플 프라이와 그 소스를 곁들이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아침엔 치킨 미니를 먹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딱, 먹고 싶은 맛만 남겼다.
미국을 여행한 사람들은 칙필레를 꼭 한 번 들른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 치킨 샌드위치가 그립다"며 추억한다.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아, 미국에 갔었지"라는 기억을 소환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된다.
칙필레의 진짜 매력은 일요일 휴무다. 창업주의 기독교 신념 때문에 일요일이면 모든 매장이 문을 닫는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주말 장사를 포기한다고? 터무니없다. 하지만이 고집이 칙필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일요일에 "아, 닫았네…"하며 돌아서는 사람들은 월요일에 다시 찾아온다. 못 먹는 그 하루가 더 간절하게 만든다.
더 놀라운 건,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공항 매장도, 매일같이 북적이는 몰 푸드코트 매장도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셔터를 내린다는 사실이다.
다 열려 있는 옆 가게들 사이에서 칙필레만 '휴무'. 그래서 공항에서 환승 대기하다가, 줄 서기 직전에야 "아차, 오늘이 일요일이었지!"하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순간 칙필레는 단순한 치킨버거 가게가 아니라, '일요일엔 못 먹는 전설의 맛집'이 된다.
상상해 보자. 이건 어디까지 내 상상이다.
치킨과 치맥의 나라, 한국에 칙필레가 들어오고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면?
웃음이 터진다.
일요일 저녁, 치맥 생각에 배달의민족을 켰다가 "칙필레 휴무"라는 문구를 본다.
"치킨집이 일요일에 문을 닫아?"
친구와 치맥 계획이 물거품. "월요병은 누가 달래줘?"라며 투덜대는 나. 하지만 아마 한국에서도 이 고집을"철학이 철저하다”며 높이 평가할지도. 인스타엔 "#칙필레일요일휴무" 해시태그가 돌고, 누군가는 "돈보다 원칙 지키는 치킨집, 멋지네"라고 쓴다.
사람은 묘하다. 못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진다. 월요일, 문 열자마자 줄이 늘어선다. 인스타엔 "어제 못 먹어서 오늘 두 개 먹음" 인증샷이 올라오고, "이 소스에 밥 비벼도 맛있다"는 댓글이 달린다. "고추장 칙필레 샌드위치 내놔!"라는 농담도 오간다.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 칙필레도 피해 갈 수 없을 거다.
만약 Chick-fil-A가 한국에 진짜 들어온다면, 이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일요일 휴무에 투덜대면서도 월요일엔 줄 서서 고추장 소스 샌드위치 사 먹는 우리 모습, 충분히 그려지지 않나? Chick-fil-A의 일요일 휴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닐 것이다. 원칙을 지키는 선언일 것이다.
'빨리빨리' 한국에서 이 느린 고집은 신선하다. 닫힌 셔터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야기를 만든다. "일요일에 못 먹은 치킨, 월요일에 더 맛있네"라는 글이 SNS를 타고 퍼진다. 진짜 중독적인 건 치킨이 아니라, 그 닫힌 하루가 주는 기다림의 설렘이다.
칙필레가 한국에 온다면, 배달앱과 손잡고 고추장 소스 샌드위치나 "월요병 극복 세트"를 내놓을지도. 하지만 진짜 중독적인 건 치킨이 아니라, 그 닫힌 하루가 주는 기다림의 설렘이 될 수도 있다.
칙필레가 한국에 온다면 월요일 줄 서보실 건가요? 아니면 일요일에 "닫았네…"하며 다른 치킨집으로 가실 건가요?
일요일 칙필레의 부재처럼, 인생의 공백이 때로는 더 큰 의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