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was your dish?"
남편이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스파게티에 얽힌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소개하며,
미국 식당과 한국 식당의 음식 주문방식을 두 문화의 차이로 비유해 글로 담았다.
그 이야기처럼 이번에도 비슷하지만 또 따른 두 문화의 차이를 풀어보려 한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친구들과 먹는 '밥‘과,
미국 친구들과 먹는 '밥‘을 비교 하자면
마치 한쪽은 시트콤, 한쪽은 진지한 드라마를 찍는 기분이다.
같은 식당, 같은 메뉴판 앞에서도
두 팀의 식사 스타일은 다른 행성의 언어로 진행된다.
한국 친구들과 식당에 가면 테이블이 순식간에 뷔페 존으로 바뀐다.
메뉴판 펴자마자 다들 작전 회의 시작.
"우리 피자 하나, 버거 하나, 리소토 하나, 샐러드 하나 시킬까?"
네 명이 가면 네 가지 요리가 기본으로 깔린다.
그중에 많이 안 먹는 친구라도 도 있어 양이 많을 것 같으면
"그럼 세게만 시켜!" 하면서도 목표는 하나다.
모두가 모든 음식을 맛보는 거.
음식이 나오면 누구 앞도 아닌,
테이블 한가운데 놓이고,
그때부터 숟가락과 포크가 춤을 추듯 오간다.
"이거 먹어봐, 완전 대박!" 하며 서로 접시에 음식을 얹어주기도 하고,
"와, 이 파스타 누가 골랐어? 상 줘야 돼!"
하며 즉석 시상식까지 열린다.
배가 고프든, 덜 고프든,
한국 친구들과의 식사는 뷔페처럼 네 가지 요리를 다 맛봐야 미션 클리어다.
이건 그냥 밥이 아니고,
정과 웃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약간의 과식이 함께하는 만남이다.
반면, 미국 친구들, 동료들과 식당에 가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메뉴판이 펼쳐지면 각자 자기 음식 고르는데 몰두한다.
한 명은 버거,
한 명은 타코,
한 명은 치킨 샐러드,
나머지 한 명은 파스타.
주문 끝.
음식이 각자 접시에 예쁘게 서빙되면,
그 순간부터 그 음식은 '내 전용‘ 프라이빗 존이 된다.
마치 서빙된 각자의 음식과 진지한 1:1 대화를 나누는
독립 선언의 순간이 된다.
"여기 양이 많으니까 세게만 시켜 나눠먹을까?” 같은 말은 번역이 안 되는 언어처럼 들린다.
배가 많이 안 고파도 각자 하나씩 시키는 게 철칙이다.
테이블에 네 가지 요리가 화려하게 놓여 있어도
각자 자리에 놓여있는 접시에만 집중하며 나이프와 포크만 분주하다.
“맛 한번 봐도 돼?” 하고 슬쩍 물으면,
“오 그래 (Oh, sure)!” 하면서도
눈빛은 "내 감자튀김을 노려?"
설상가상으로 내가 시킨 음식이 양이 적은 거였다면?
집에 라면이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식당 문 나서면서 빠지지 않는 그 질문,
"음식 어땠어 (How was your dish)?”
다들 자기 요리 평론가처럼
"내 햄버거는 나름 괜찮았어. 약간 뻑뻑하긴 했어 (Oh, my burger was pretty good but a little dry)!”
"내 타코는 훌륭했어 (My taco was great)!"
서로 궁금해하지만, 정작 맛 본건 자기 접시 위해 있던 요리뿐.
미국 친구들과의 식사는 각자 자기 요리와 로맨스를 즐기다 깔끔히 끝나는 파인 다이닝 같다.
이 차이는 식당 밖에서도 이어진다.
한국어의 "우리"는 이 뷔페 문화를 완벽히 보여준다.
한국에선
'우리 엄마'
'우리 집'
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내 엄마' '내 집'이 아닌 '우리'다.
친구한테 엄마를 소개할 때,
"우리 엄마야”라고 한다.
근데 이걸 영어로 하면,
"This is our mom.”
졸지에 이상한 사람 된다.
뭐야, 너와 나의 엄마가 같은 사람이라고?
이 '우리‘ 와 ‘나' 차이는 식당에서도 딱 그대로다.
한국 친구들은 뷔페처럼 '우리 테이블 음식'을 나누지만, 미국 친구들은 파인 다이닝처럼
'my plate'
'my food'로 간다.
언어와 식사 스타일 차이 덕분에, 미국에서 두 문화를 넘나들며 재미있는 경험을 한다.
한국 친구들과 뷔페 식사는 '우리'라는 팀워크 본능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음식을 나누며 "너 이거 좋아할 줄 알았어!"
하며 서로를 더 알아가는 반면,
미국 친구들과의 파인 다이닝 식사는,
'my'라는 솔로 플레이어의 자부심이 빛난다.
각자 취양대로 고른 음식을 자기 스타일대로 즐기고,
"How was your dish"로 마무리하는 거다.
한국 친구들과 식사를 한 후엔 여러 종류의 음식에 배부르고 만족스럽지.
미국 친구들과 밥 먹고 나면,
'오늘 내 타코 선택, 좋았어'라는 뿌듯함,
혹은 '양이 너무 적었어' 라며 배고픈 한숨이 남는다.
결국, 미국에서 이 두 가지 식사 문화를 오가며 깨달은 것, 음식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는 거다.
한국 친구들과는 뷔페접시 위에서 '우리'라는 정을 나누고,
미국 친구들과는 파인다이닝 접시 위에서 'my' 개성을 뽐낸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둘 다 나름의 재미를 준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즐길 맛이 있는 것이다.
다음번 식당 갈 때는 한국 친구들과 뷔페를 즐길지,
미국 친구들과의 파인다이닝 솔로 무대를 즐길지,
아니면,
'우리' 테이블에서 'my' 버거를 혼자 먹는
코미디를 한번 찍어볼지,
흥미로운 고민이다.
뭐가 됐던, 적어도 배는 채울 수는 있을 것이다.
혹, 배는 못 채워도 마음은 채우겠지.
이 밤에 이러시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