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순두부로 깨닫다

즉시 실행, 미루지 않는 삶

by Susie 방글이




왜 우리는 세일 앞에서 이렇게 쉽게 마음이 풀릴까. 필요해서라기보다 싸다는 이유 하나로 일단 집어 들게 된다.


순두부 두 팩을 샀다. 유통기한은 며칠 안 남았고, 가격은 4분의 1. 교환도 리턴도 안 된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었다. 가끔은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먼저 상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잠깐 망설이기도 했지만, 가격표에 적힌 숫자가 마음을 흔들었다. 정가의 4분의 1이라니. 뭐라도 해 먹으면 되겠지 싶었다.


값이 내려간 건 질 때문이 아니다. 맛도, 쓰임도 그대로다. 다만 시간이 조금 흘렀다는 이유로, 이제는 서둘러야 하는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집에 와서는 냉장고 가장 앞칸에 두었다. 안 보이면 미뤄질 것 같았고, 미뤄지면 괜히 잊힐 것 같아서였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들은 늘 그렇게,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자리에 놓이게 된다.


다음 날, 순두부를 꺼내 바로 순두부 장을 만들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더 고민하지 않고, 레시피를 검색하다 말고, 그냥 바로 써버리게 된다.


끓일 것도 없고, 조릴 것도 없고, 불 앞에서 오래 서 있을 필요도 없다. 순두부를 용기에 모두 넣고 채소와 소스를 넣어 살살 섞으면 끝이다. 길어야 10분. 생각보다 너무 쉽게 완성됐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순두부로, 오래 고민할 필요 없는 장을 만들다 보니 생각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렀다. 요즘 나는 예전처럼 미루고 재기보다, 손에 닿는 것부터 해보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걸.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도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 순서를 바꿀 수는 없다. 결국 지금 눈앞에 있는 것부터 쓰는 수밖에 없다.


순두부 장은 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좋고, 반찬이 없어도 한 끼가 된다. 간단하지만 허전하지 않고, 빨리 만들었지만 대충 만든 느낌도 없다. 기다리기보다는 쓰는 쪽을 택한 선택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고작 순두부였지만, 그날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오늘은 어렵게 끓이지 않고,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만들어 바로 먹는 쪽을 고른 날이다. 순두부 장처럼, 하루도 그렇게 쓰면 된다.


오늘의 주인공들: 순두부 장을 부탁해!


순두부 위에 양념 올리기 완료. 아직 섞기 전,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순간. 이제 살살 섞어줄 차례다.


번거로운 찌개 대신, 온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순두부 장 레시피를 소개한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에 정리해 두었다.


1. 순두부 2팩을 용기에 모두 넣고 숟가락으로 적당히 잘라준다.


2. 양파 1/4개는 다지듯 썰어 순두부 위에 올린다.


3. 쪽파 5줄, 청양고추 1~2개, 홍고추 1개를 잘게 썰어 함께 넣는다.


4. 소스를 준비한다. 진간장 3/4컵, 참치액 2 숟갈, 다진 마늘 1/2 숟갈, 고춧가루 2 숟갈, 설탕 1.5 숟갈, 볶은 깨 1/4컵, 들기름 1/4컵을 모두 섞는다.


5. 준비한 소스를 순두부 위에 골고루 부어 재료가 잘 섞이도록 살살 버무린다.


6.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면 완성!


고작 순두부로 만든 요리지만, 오늘 하루를 바로 쓰는 기분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순두부 장은 밥도둑이지, 인생 도둑은 아니니까 안심해도 된다.


살살 섞어준 후, 오늘의 밥도둑 등장!


미루지 않고 만든 순부두 장, 그걸로 오늘은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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