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웃어도, 내일도 웃자
행복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기쁠 때 웃고, 잘 풀릴 때 감사할 줄도 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가 그 믿음을 살짝 흔들어 놓았다.
며칠 전 동생이 들려준 이야기다. 일곱 살 조카가 레고를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빠, 좋은 일이 생기면 그 뒤엔 꼭 나쁜 일도 하나 와."
일곱 살 아이 입에서 나오기엔 지나치게 노련한 문장이었다. 장난감 두 개만 더 있어도 세상이 활짝 열리는 나이에, 도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을 주워왔을까. 학교에서였을까, 어른들 대화 사이의 틈새였을까. 아니면 아직 말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작은 불안이 잠깐 스쳐 지나간 걸까.
아이의 마음은 종종 이유 없이 흔들리고, 단어는 그 마음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조카는 그 말 한 줄을 남겨둔 채 다시 레고로 돌아갔을 것이다.
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담아낼 말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이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았던 건, 그다음 날 벌어진 일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카가 그 말을 한 날은 바로 자기 생일 전날이었다. 평소처럼 놀다가 뜻밖의 생각을 툭 내뱉었다. 생일 당일, 조카는 선물을 한 아름 받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조카의 외할머니, 나의 사돈어른이 집안에서 넘어지셔 팔을 다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생은 아이 마음에 '좋은 일 뒤엔 나쁜 일이 온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했다. 조카가 "아, 내가 말한 게 맞나 봐"라며 스스로 확인하는 기분이 들까 봐서였다.
동생은 조카에게 이번 일은 그냥 우연히 생긴 일이고, 좋은 일 뒤에 나쁜 일이 오는 건 아니라고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팔은 크게 다치지 않아 안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행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미신을 품고 살기도 한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살다 보면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
시험을 잘 보고 나면 괜히 몸이 아팠던 날,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밀려오는 현실, 웃고 나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야?" 하고 혼잣말처럼 덧붙이던 어른들의 습관. 그렇게 쌓인 작은 기억들이 어느새 마음 한켠에서 '좋아, 근데 조심해!' 하고 살짝 윙크하며 속삭이기도 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옷을 아껴 입고, 맛있는 걸 조금 남겨두고, 기분 좋은 순간에는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오래 붙들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그냥 즐기고, 그 뒤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자연스러운 우연일 뿐이라고, 행복은 온전히 지금 내 것이라는 걸 마음에 담아둔다. 행복한 뒤 찾아올 수 있는 작은 불안은 우리가 행복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표시다.
감정은 늘 단순하지 않다. 기쁜 마음 한쪽엔 괜히 걱정이 붙어 있고, 불안한 순간에도 웃음이 끼어든다. 그래도 우리는 그 두 가지를 같이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그냥, 사람 사는 방식이다.
행복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 곁을 찾아온다는 것을. 오늘 오는 작은 기쁨 하나라도 놓치지 말자.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