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를 들고 도넛 가게에 간 이유

보여줄 용기 하나

by Susie 방글이




알고리즘이 건네준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도넛 가게 안은 달콤한 설탕 냄새와 웃음소리로 어딘가 들뜬 분위기였다.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카운터 앞으로 걸어왔다. 성적표를 쥔 아이의 눈은 반짝였고, 입가에는 들뜬 미소가 번져 있었다. 직원이 그 종이를 받아 보며 활짝 웃자, 아이는 기대에 찬 어깨 들썩임으로 답했다.


아이가 받은 A의 개수만큼 도넛이 상자에 담겼다. 최대 여섯 개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영상 속 아이는 세 개를 받아 들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달콤한 보상까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실제 프로모션이었다. 크리시피 크림 (Krispy Kreme)에서는 성적표를 가져오면 A를 받은 과목 수만큼 도넛을 준다고 한다. 매장별로 운영 여부가 다르다. 알고 보니 이런 방식은 여기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러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심지어 일부 금융기관에서도 학생 리워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작은 도넛, 아이스크림, 토큰, 소액 저축까지, 아이들의 노력을 축하하는 다양한 방식이었다.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성적표를 접지 않고,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직원 앞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물론 성적표에는 A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B도 있고, C도, 심지어 D까지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 모든 점수를 하나의 작은 보물 지도처럼 들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자랑할 것만 담은 게 아니어도, 귀엽고 대담하게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카운터 직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눈을 크게 뜨고 "Wow! That’s… impressive!" (와... 아주 훌륭해!) 라며 과장되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이는 세 개의 도넛을 받자,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사람처럼 두 손으로 상자를 흔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최대 여섯 개를 다 받아야지 다짐하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은 꼭 도넛이 아니어도 잘했겠지만, 이 작은 도넛 하나가 바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도 가끔, 이런 작은 순간, "그래, 너 잘하고 있어" 하고 자신에게 말해줄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을까. 심지어 그것이 사탕 한 조각이거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박수일지라도.


도넛을 받든 말든, 아이는 자기 발자국을 흔들림 없이 남기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성적표를 넘는 일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나는 이렇게 해왔어"라고 조용히 인정하는 순간. 그 작은 용기 하나가 때로는 도넛보다 더 달콤하게 마음을 채운다.


A 받으면 도넛도 따라옵니다. 노력은 달콤해질 자격이 있다.


딸이 직접 만들어 건네던 케이크 상자, 돌아보니 그날들이 작은 보상이었다.


딸 성적표. 지금에서야 궁금해진다. 그때도 이런 달콤함이 있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걸까.


우리는 늘 대가를 기대하며 산다. 열심히 일하면 인정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잘하면 기회가 올 거라 믿고, 기다리면 마음이 돌아올 거라 여긴다.


꼭 돈이 아니어도 된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태도 변화 같은 것들. 하지만 노력과 보상이 같은 속도로 오지 않을 때 우리는 점점 계산을 배우게 된다. "이만큼 했으니 이만큼은 돌아와야 한다"는 식으로.


그런데 돌아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면 실망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향한다. 내가 부족했나, 내가 덜 했나, 아니면 애초에 기대를 하면 안 됐나.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보상은 결과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있다는 표시, 헛되지 않았다는 증명. 그래서 가끔은 이유 없는 친절이나 예상 못 한 위로에 더 오래 머문다. 계산에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가장 오래 남는 순간은 받기로 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받지 못할 줄 알았던 것이 건네지던 순간이었다. 도넛이 아니라 마음 한쪽에 남는 달콤한 기분. 그리고 그 기분은 때때로, 내가 달달한 것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끔은 나도 묻는다. 내 성적표를 들고 카운터에 설 수 있을까. 아니, 성적표가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결과를 숨기지 않고 보여줄 작은 용기.


그리고… 도넛은 결국 내가 사 먹어야 한다.


성적표 말고 풍선으로 평가받는 날도 있어야 한다. 세상이 아니라도, 한 사람에게 1등이면 충분하니까.


보상은 없어도 괜찮다. 오늘의 나는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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