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억
마침 오징어게임 시즌 3가 공개됐다는 소식에 들뜬 마음으로 TV를 켰다.
시즌 1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빚에 짓눌린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게임,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찝찝한 여운.
2021년, 전 세계가 이 이야기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그 엔딩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끝난 듯하면서도, 어딘가 미완의 감정을 남겼다.
그게 바로 오징어게임의 힘이었다. '레전드'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그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 안 봤다고? 와, 부럽다. 나도 그 재미를 다시 처음부터 느끼고 싶다."
그만큼 재미있었고, 그만큼 강렬했다.
몇 년 전, 미국 서부 오레건주(Oregon)를 여행했을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여러 주를 함께 도는 일정이라, 오레건에 머문 건 겨우 이틀.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마음에 오래 남아
'다음엔 오로지 오레건만!' 하고 마음먹었다.
다음 해, 정말 오레건만으로 일정을 짜서 다시 찾았다.
그리고 전에 놓쳤던 것들, 못 갔던 장소들을 하나하나 다 가봤다.
물론 너무 좋았다.
처음에 시간 없어 잠깐 들렀던 곳을 다시 찾아가고,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때는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번째 여행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과 미련,
그게 만들어준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땐 못 본 게 있었기에, 더 설레고 더 아름다웠던 것.
여백이 있어서 완벽했던 기억.
아마 그래서 오징어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즌 2와 3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그냥 시즌 1에서 끝났다면 더 전설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시즌 2, 3에서도 새로운 이야기와 게임,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는 분명히 있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고, 다른 판의 세계관을 보는 재미도 있었으니까.
마치 두 번째 오레건 여행에서,
처음에 시간 없어 스쳐 지나갔던 곳을 다시 찾고,
새로운 장소와 풍경을 만났을 때의 기분처럼.
다만, 때로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
그 여백이 남긴 여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나는 여전히 오징어게임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시즌이 나온다면 챙겨볼 거다.
하지만 가끔은, 진짜 레전드는 1에서 딱 끝났을 때 탄생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오레건의 그 기억처럼 내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이 글이 바로, 내가 만들고 싶은 여행 매거진의 첫 글이다.
여백이 남긴 기억들.
다녀온 곳과 아직 못 가본 곳,
다시 가고 싶은 순간과 아직도 마음에 남은 풍경들을
이 매거진에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유난히 로드트립을 좋아하는 우리 세 식구,
함께 웃고, 때로는 부딪치고, 서로의 짐을 들어주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받기도 하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늘 다음을 기약한다.
여행이란 결국, 어디를 다녀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거나,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이니까.
그렇게 오징어게임의 그 여운도,
오레곤의 그 기억도
내 안의 여행이 되어, 지금도 나를 데리고 다음을 꿈꾸게 한다.
이 메거진이, 그런 이야기들로 천천히 채워지길.
첫 번째 오레곤 여행 이야기부터 '여기저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