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T) 많은 (M) 이야기 (I)
세상엔 꼭 안 들어도 되는 정보가 있다. 그런데 그런 정보가 왠지 더 재밌다. 바로 TMI, Too Much Information.
안 궁금한데 굳이 알려주는 그 이야기들. 듣다 보면 피식 웃게 되고, 어쩐지 그 사람이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지 않나요?
친구가 느닷없이 '어제 떡볶이 2인분 먹고 배탈 나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어"라고 툭 던지는, 안 물어봤는데 굳이 알려주는 그 정보. '왜 굳이?' 싶다가도, 묘하게 웃음이 난다. '아 그래서 피곤해 보였구나.' 하는 순간이다.
직장 동료는 TMI의 고수다. 회의 중 자료 넘기다 말없이 한숨을 쉬더니,
"어제 남편이랑 싸워서 잠을 못 잤어."
여기까진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싶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
"아니, 내가 요가 매트 밟았다고 뭐라 했거든… 근데....."
솔직히 나는 남편이랑 왜 싸웠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괜히 피식 웃음이 난다. 별것도 아닌 얘기인데, 그런 사소한 TMI가 오히려 사람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든다.
나는 이 TMI를 새롭게 정의해 보기로 했다. ‘터무니없이 많은 이야기’- 이 약자도 TMI.
사소하고 엉뚱하지만, 듣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런 TMI들이 우리의 일상을 더 풍성하고 가볍게 만든다. 당신도 이런 순간, 하나쯤 있지 않나?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TMI들을 소개하며, 당신도 당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먼저, 전 글에서 소개했던 우리 가족의 TMI. 우리 강아지 이름은 '빼꼼'이다. 왜? 눈이 빼꼼하게 생겨서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에겐 이 발음이 쉽지 않아서 비슷하게 들리는 ‘베컴’으로 불리게 됐다. 축구 선수 David Beckham 이름에서 따온 거다.
그리고 우리 남편. 그는 세상 누구보다 '아구찜'을 잘 만든다고 믿는다. 매번 "이거 파는 것보다 낫지?" 하며 뿌듯해하지만, 가족은 묵묵히 밥을 먹는다. 그 자신감이 귀여워서,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이런 사소한 순간이 사는 재미 아니겠나.
세상엔 일상에서는 꼭 알필요는 없지만 어딘가에서 과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끼리 심각하게 따지는 뭐 그런 기묘한 TMI도 있다.
바나나가 과일이 아니라 사실 풀에 속하는 채소라는 거, 알고 있었나요?
또 하나, 펭귄에게도 무릎이 있다. 뒤뚱거리며 걷는 펭귄의 깃털 아래 조그만 무릎이 꺾였다 폈다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어딘가 터벅터벅 걸으며 무릎 자랑하는 펭귄이 떠오르지 않나요?
달팽이 입 안엔 1만 개 넘는 이빨이 있다던데, 그래서 그 느린 속도가 입안 복잡함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이런 엉뚱한 사실들이 세상을 더 재밌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내게 가장 소중한 TMI. 우리 딸 이야기다. 딸에겐 빠진 머리카락 몇 가닥을 모아 비비 꼬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심심하면 손가락으로 꼬아서 꽈배기처럼 만든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 라며 웃는 딸을 보면 귀엽다가도, 그 결과물이 문제다. 소파 틈, 침대 위, 심지어 TV 리모컨 옆에도.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또 나온다. 청소하다 벌레인 줄 알고 기겁을 하면, 어라? 꽈배기다. 딸이 다녀갔다는 증거다.
그걸 발견할 때마다, 딸이 집에 없어도 곁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있다. 딸은 꼭 손톱깎기가 들어있는 서랍 앞에서 손톱을 깎는다. "거기서 깎으면 서랍에 들어가잖아!"라고 해도 소용없다. 서랍을 열 때마다 보이는 손톱 조각들. ”아, 또 다녀갔구나" 하며 피식 웃는다. 마치 딸이 남긴 작은 선물 같다.
이런 TMI들이 모여 인생을 덜 심각하고, 더 따뜻하게 만든다.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다.
여러분의 TMI는 뭔가요? 그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 가볍게 미소 지어보는 건 어떠세요?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여러분의 TMI도 저한테 살짝 들려줄래요?
여러분의 쓸데없는 이야기로 주말을 미소로 시작해보세요.
작은 TMI 하나가 의외로 오늘을 웃게 만들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