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는 브로콜리가 없다

데스밸리에서 뛰는 사람은 우리뿐

by Susie 방글이




(글 아래 동영상 링크가 준비되어 있어요)



"야, 저거 뭐야? 완전 브로콜리 나무잖아!"


데스밸리로 가는 길.

도로 옆으로 생김새가 정말 특이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줄기는 우락부락, 끝은 몽글몽글. 꼭 브로콜리를 세워놓은 것 같은 나무.

그날 우리 가족은 이름도 모른 채 그걸 ‘브로콜리나무’라 부르며 신나게 지났다.


"브로콜리 숲 지나간다~!"

"여기 브로콜리 천국이잖아!"

사진 몇 장 남기고, 차에 올라

"브로콜리 나무야, 잘 있어라~!" 인사까지 했다.

Joshua Tree- 우리는 이 나무를 브로콜리 라 불렀다 ㅎㅎ
브로콜리 숲에서 인증숏 한 컷
브로콜리 나무랑 세기의 악수!

11월 초. 달력엔 가을이라 적혀 있었지만, 데스밸리는 그런 거 모른다.

차 안에 표시돼 있는 바깥 온도는 100℉(38℃)를 찍었고, 창밖엔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뿐.

도로 위엔 우리 차 한 대. 우린 툭하면 차를 세워 사진 찍고, 뛰고 또 뛰었다.

우린 급할 게 없었다. 이게 로드트립의 재미 아닌가.


그리고 진짜 더웠다.

온도는 100℉지만 습도가 거의 0%라 땀이 나도 금방 증발.

찜통이 아니라 오븐 안에 들어온 느낌.

그래도 신나게 뛰었다.

도로 위, 사막 모래밭, 돌 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 찍고 점프샷도 날리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산, 오늘은 그저 달리기 좋은 날. 땀쯤이야...
야호—아무도 없다! 세상 다 내 거 같은 기분!
그림자는 우리를 닮고, 풍경은 우리를 삼킨다

데스밸리 국립공원 입구, 'Death Valley National Park''싸인 앞.

딸이 갑자기 "나 저기 올라가 볼래!" 하고 뛰어올랐다.

말릴 새도 없이 올라가다 말고 그만 개구리처럼 엎드려 싸인에 매달려 오도 가도 못하고 낑낑.


"아… 나 좀 살려줘…"


나는 웃느라 정신 못 차리고, 남편은 그걸 또 영상 찍으며
“좋다! 그대로 있어봐!" 그 와중에도 감독님 모드였다.


결국 내가 딸 손 잡아끌어 자세 바로 잡아주니 딸은 겨우 앉아서 포즈를 취할 수 있었다.

내려올 때도 발 디딜 데가 없어 어정쩡. 내가 딸 손 잡고 끌어내렸고, 셋이 동시에 배꼽 잡고 웃었다.

개구리 포즈까지. 아.... 어쩌죠?
결국 이 사진을 얻기 위해... 눈물 난다 ~

그렇게 한바탕 웃음을 뒤로하고 데스밸리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미국에서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하며, 가장 낮은 곳.

우리가 서 있던 곳은 해수면보다 86m 아래.


‘Sea Level’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저 멀리 언덕 위에 박혀 있고, 우리는 그보다 한참 밑에서—

“우리 지금, 바다보다 더 밑에 있는 거 알아?”


서로 이 놀라운 지구의 비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압도적인 자연의 풍경 앞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감하게 된다.

해수면보다 85.5 미터 아래, 지구에서 가장 낮은 땅 중 하나—죽음의 계곡 Badwater Basin. 바다보다 낮은 땅에서, 세상 가장 높은 자유를 느끼다.
소금밭 위에 쪼그려 앉아, 지구의 맛을 손끝으로 읽다
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땅 위에서,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보다
자연이 물든 팔레트, 지구가 그린 추상화.

그러다 저녁에 호텔에 도착했다. 문득 낮에 봤던 그 브로콜리 나무가 궁금해져 검색해 봤다. 대스밸리에서는 인터넷이 안 돼서, 호텔에 와서야 겨우 검색을 할 수 있었다.


결과는 충격.

'Joshua Tree'


세상에. 그 유명한 Joshua Tree.

U2 앨범 커버에도 나오고, 미국 서부 여행하면 꼭 찍는다는 그 나무.

우린 그걸 하루 종일 '브로콜리'라고 부르며 지나온 거다.


딸이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웃느라 눈물을 흘리고, 남편은

"그래도 브로콜리 쪽이 더 정감 있어."

끝까지 브로콜리파 선언.


여러분, 데스밸리에 가면 절대 싸인 위엔 올라가지 마세요.

오르고 내리기가 힘들어요 ~


그리고 브로콜리 같은 나무 보이면

'아, 이게 바로 Joshua Tree구나.'

그걸 아는 사람이 그날 여행의 진짜 승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덥고, 가장 낮고, 가장 건조한 땅에서,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많이 뛰고, 웃고, 땀 흘리며 싸인에 매달렸고,
브로콜리 나무를 지나쳐온 가족이었다.


https://youtu.be/WJsCKPJdxDE?si=u3P_b01N2fhYZh3N

데스밸리 로드트립 중 풍경과 싸인 위에 올라가기


https://youtu.be/1bpGqcf7Bfc?si=LQIONC8tTwgN9q53

데스밸리 Artists Drive 트래킹(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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