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가 지나야 노을이 보인다.
(아래 동영상 링크가 준비되어 있어요)
오레곤에 들어서던 날, 해는 막 지고 있었다.
그건 그냥 노을이 아니었다.
하늘은 수채화 물감을 엎지른 듯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바다는 그 색을 받아 잔잔히 반사하며 빛났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에,
우리는 차를 돌려 뷰포인트를 향해 달렸다.
"빨리! 저기야!"
해는 빠르게 기울었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순간의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딸이 뒷좌석에서 투덜거렸다.
"아… 나 화장실 급해!" 계속해서 징징징…
선셋도 중요했지만, 딸의 절박한 목소리가 더 큰 미션임을 알렸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기찻길. 그리고 기차.
신호등이 깜빡이며 경고음이 울리자, 잠시 망설였다.
그냥 지나갈까? 하지만 안전이 먼저다.
차를 멈춘 순간,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차가 코앞에서 지나갔다.
딸은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아 아까 건너갔어야지”라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지나가겠지."
순진한 기대였다.
한 칸, 두 칸, 세 칸…
기차는 끝없이 이어졌다.
마치 마을 하나를 통째로 실은 듯,
녹슨 빨간 화물칸, 낡은 회색 컨테이너가 느릿느릿 우리를 비웃듯 지나갔다.
"저건 콘크리트야?"
"쟤는 비료 싣고 있네."
급한 마음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다.
화장실 가고 싶은 딸의 투덜거림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미국 기차의 위엄 앞에 순순히 묻혔다.
기찻길 앞에서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면,
지나갈 수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얼른 지나가세요.
미국 기차는… 정말 깁니다.
여러분의 하루, 아니 아이의 화장실 참는 시간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요.
무려 10분 넘게 이어진 열차 퍼레이드.
세어보니 기차 칸 73개.
우리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해는 아직 남아 있었고, 간절함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근처에 화장실을 찾아 딸의 위기를 해결하고, 우리는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도착한 순간,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다.
해는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고,
하늘은 붉은빛에서 보랏빛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멀리 Haystack Rock은 고요한 실루엣으로 서 있었고,
그 앞의 바다는 파도가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뿌렸다.
모래사장은 우리의 발자국을 말없이 품었고,
사진은 몇 장, 동영상뿐이었지만,
그날의 풍경은 사진보다 더 또렷하게 마음에 저장되었다.
그날 밤, 모래 위에 나란히 서서
우리는 말없이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는 왜 늘 이렇게 뛰는 걸까?"
아마도, 이런 순간들을 붙잡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https://youtu.be/9MPp39nl2NQ?si=H0HHpk197MEye-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