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터의 유튜브 뽀개기
나는 유튜브 광고를 만든다.
그래 그거 맞다.
모두가 숨죽여 ‘스킵’ 버튼이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바로 그 광고.
그리고 마침내 5초 뒤 스르륵 ‘스킵’ 버튼이 나오자마자 불꽃 클릭을 부르는 바로 그 광고다.
유튜브가 대세가 된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지라 이제는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길 바라는 시대다.
초딩들의 희망 직업 리스트에 손꼽힌지는 오래됐고, 대학생 전공별 미래 직업 리스트가 돈 것도 한참 전이다. 그러니까 미용과는 뷰티 유튜버, 사회체육학과는 헬스 유튜버, 영문학과는 영어 티칭 유튜버 뭐 이런 식이다. 또 있다. 회사원 2대 거짓말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거짓말 하나는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퇴사하겠다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유튜버가 되겠다는 말이다.
어찌 됐든 모두가 유튜브를 외치는 이런 세상에서,
유튜브 광고를 만든다는 건 어쩐지 훼방꾼이 된 기분이다.
한 조사 결과를 보다가 웃겨서 나도 모르게 빵 터져 버린 적이 있다. '유튜브 광고를 스킵 했나요?'라는 질문에 98.1%가 '예'라고 답했다. '광고 클릭을 한 이유가 뭔가요?'에 대한 답변 중 두 번째 이유가, 무려 ‘실수로’ 클릭한 것이다. 유튜브에 광고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63.5%다.* 이쯤 되면 모두가 싫어하는 그놈의 광고를 대체 왜 하나 싶다. (*출처: 2020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및 광고태도분석 / DMC미디어)
그렇지만 피 냄새를 맡으면 모여드는 피라니아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언제나 마케터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아, 이거 표현이 좀 그런가. 꽃이 피는 곳에 꿀벌들이 모이듯? 재미있는 영상에 좋아요와 구독이 모이듯? 모르겠다. 아무튼 고객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마케터들은 기를 쓰고 그곳에 함께 모여든다. 그리고 눈치 없는 사람처럼 광고를 튼다. 보란 듯이 튼다. 물론 간혹 가다가 대박이 터져 고객 반응이 좋을 때도 있다 ‘거참 약 빨았다’라는 폭풍 칭찬을 들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더 많은 경우 무관심이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미움받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듯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열광할수록 마케터들은 더 모여들 거란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더 기발하고 더 재기 발랄하고 더 꿀잼 터지는 광고를 만들려고 애쓸 것이다. 관심병자처럼 조바심을 내며 당신의 주의를 뺏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고민의 시작은 바로 거기에 있다.
유튜브에 광고를 집행하는 마케터들은 그렇게 늘고 있지만
참고할만한 지식과 정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떡상하는 유튜버가 되기 위한 정보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꿀팁은 넘쳐 난다. 하지만 정작 마케터들이 레퍼런스 삼을 만한 데이터는 너무도 부족하다. 모든 마케터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 뜨거운 매체 위상에 비해 초라한 현실이다. 유튜브에 집행하고 있는 광고비는 폭등하고 있는데, 반면 벤치마크 할 만한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이건 슬픈 일이다. 특히나 광고 영상을 만들어 고객 앞에 5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전장에서 우리는 어떤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 나가야 할까. 앞길이 막막하다.
아마도 나 같은 마케터들이 더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러니까 답답해서 내가 써보기로 했다. 유튜브가 고민인 마케터를 위해! 지금까지 기업에서 유튜브 매체 담당을 하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몸으로 부딪혀 깨알처럼 알게 된 지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로부터 배우며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간단히 내 얘기를 해 보자면,
유난히 광고의 턴오버가 빠르다는 통신회사에서 광고담당자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유튜브 광고라고 하면 저예산 저퀄리티 바이럴 광고가 대부분이던 시절, ‘응답하라 1988’ 외전 시리즈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 후 크고 작은 광고 캠페인 PM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광고와 유튜브 매체 담당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유튜브 광고를 집행한 비용이 대략 수백억 원 정도? 개인이 유튜브에 집행해본 경험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지 싶다.
그동안 크고 작은 캠페인을 진행하며 폭망 해 보기도 하고 대박이 나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유튜브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엎어지고 자빠지며 구르다가 이제는 어떻게 넘어지면 좀 덜 다치는지 까지는 알게 된 것 같다. 나처럼 더듬더듬 앞으로 걷고 있는 또 다른 마케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도 안된다면 여기 당신처럼 어리바리하면서 노심초사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한 명 정도 더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이 매거진은 오늘을 살아가는 마케터가 과연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특히 유튜브 광고에 관심있는 [ 마케터를 위한 글 ]이 될 예정이다.
마케터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열 뻗치는 상황부터, 애드 브리프를 쓰고 CPV를 측정하는 지극히 실무적인 이야기까지 소소한 이야기들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그럼 오늘도 시각과 청각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며, 유튜브 영상 시청의 완벽한 훼방꾼이 되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마케터들을 응원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마케터의 [ 유튜브 생존기 ]에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