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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Sep 11. 2020

우리 광고는 왜 아무도 안 봐요?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문법 4가지  



“그런데 말이야 요즘에 TV 보는 사람이 있긴 해?”






글쎄.


요즘 TV광고 콘티를 곱게 접어, 임원 보고를 가면 자주 듣는 말이다. 


"요즘 TV보는 사람이 있어?" 


KBS 60부작 대하드라마를 빠짐없이 시청할 것 같은 중년의 임원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TV의 시대는 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부터도 TV 프로그램을 챙겨본 게 언제인가 싶다. 지상파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고, 그나마 일부 케이블 채널은 카멜레온처럼 스스로 변화하며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대신 TV의 빈자리는 신흥강자 유튜브가 빠르게 채워 가고 있다.


가히 갓튜브라 불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더욱 놀라운 건 유튜브 애용자는 세대 불문이라는 점이다.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았다는 Z세대나 밀레니얼 세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이놈 참, 시니어 세대들 사이에서도 먹어 준다. 요즘 '찐' 꽃할배가 되려면 유튜브 채널 하나 파줘야 되는 거다. 그뿐이 아니다. 이제는 검색할 때도 유튜브, 음악들을 때도 유튜브다. 그야말로 유튜브 퍼스트의 시대가 이미 와 버렸음을 체감한다.




(출처: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 방통위)





“그럼 결국 광고비는 옮겨 갈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 거다. 나 같은 마케터의 지대한 관심은 바로 고객이 모이는 ‘곳’이다. 결국 TV 시청률 저하는 광고비의 거침없는 삭감을 의미한다. 시청자가 없는 곳에 광고도 없다. 한치의 자비도 없다. 이 말이 무슨 말인 줄 아나?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자본의 근간이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방송사의 매출 규모 변화를 보면 그 감소 폭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광고비를 지출하는 다른 많은 회사들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TV광고는 매년 삭감 중이고, 그 비용을 과감하게 유튜브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는 대세적 트렌드다. 쉽게 말해 유튜브에 수많은 광고 예산이 붙고 있다. 유튜브 생태계를 떠 받들고 있는 자본의 규모가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이 생태계에 더 많은 재미와 더 눈여겨볼만한 셀럽들이 등장할 이유이기도 한다.



* 방송매체 광고비 추이 - 점점 줄고 있다

방송매체 광고비 추이 (출처: 방송통신광고비조사 / 코바코)


* 온라인 매체 광고비 추이 - 점점 늘고 있다

온라인매체 광고비 추이 (출처: 방송통신광고비조사 / 코바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아무도 우리 광고를 안 본다는 것이다.




결국, 광고비를 TV에서 유튜브로 이동시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유튜브 판에서 열심히 해보려는 우리 마케터의 마음을 고객들이 몰라준다. 도무지 몰라준다. 우리 광고를 누구도 안 봐준다는 말이다. 아 이건 좀 슬프다. 그냥 그렇다는 건 알겠는데, 써놓고 나서 보니 더 슬프다. 한 시장조사기관에서 유튜브 광고 클릭 이유를 조사해 봤는데, 2위가 뭔 줄 아나? 바로 "실수로" 클릭한 거다. 크게 한번 웃어보자.



광고클릭이유 2위는? 실수로 잘못 클릭!! (출처: 2020 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및 광고 태도 분석 / DMC미디어)


이럴 땐 크게 한번 웃자. 크하하하.




물론 광고 역사상, 광고가 공해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


아니, 물건이 귀하고 공급이 부족하던 전후 시절에는 좀 나은 대접을 받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요즘처럼 모든 게 풍요로운 시대에, 게다가 온갖 종류의 다채로운 미디어가 등장해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대엔 더더욱 광고는 공해가 된다. 특히나 유튜브의 짧은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이만큼 광고에 많이 노출되는 시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영국 작가 닐부어맨은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에서 현대인이 하루에 마주치는 광고 건수가 3,000건 이란 말을 했다. 


그 3,000건 중에 우리 회사 광고의 지분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 마주치는 3천 개. 자꾸 보고 있으려니 '루테인' 한 알 먹고 싶어지네.





전혀 다른 문법으로 움직이는 유튜브 광고




그럼 대체 왜 안 보는 걸까?




거참 좋은 질문이다. '왜 안 볼까'라니. 


날 새워가면서 힘들게 만들어서, 팀장 보고하고 상무 보고하고 줄줄이 사탕 임원보고하면서 그렇게 겨우겨우 온에어 시킨 광고인데, 대체 왜 안보냐는 말이다. 아니 거 왜 클릭을 실수로 하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온세상은 다 변하는데 우리만 그대로 있는 잘못이 크다. 


유튜브는 유튜브 만의 문법과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데,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광고를 집행하고 측정하는 방식에는 변한 게 없다. '라떼는 말이야' 전파 매체가 왕이던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단 말이다. 커다란 조직일수록 변화가 어렵다는 명제 아래 우리는 그저 열심히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스스로 깨어 있지 못한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다. 


결국 마케터는 이 변화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민감하고 예리한 촉으로 유튜브 생태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환경 변화를 인지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변화란 대체 뭘까. 뭐가 달라진 걸까. 


대체 뭐가 유튜브 광고를 어렵게 하는 걸까.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봤다. 



첫째로, 유튜브 광고는 스킵이 가능하다.


5초라는 말미가 주어지지만 일단은 스킵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패를 시청자가 쥐게 된다.* TV광고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면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그럼 이런 자율성이 시청자의 손에 쥐어졌을 때 시청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보고 싶은 영상이 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현란한 징글과 함께 화려한 광고가 짠~ 하고 등장할 때의 기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요즘 유튜브에는 프리롤/미드롤 광고가 2개씩 덕지덕지 붙으면서 시청자의 화를 좀 더 많이 돋우고 있다. 


게다가 TV 매체가 소파에서 편하게 쉬며 릴랙스 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쳐다보는 Lean Backward 매체라면, 유튜브는 손안에 쥔 채로 언제든지 다른 행동을 할 준비가 돼있는 상태로 사용하는 Lean Forward 매체다. 작은 화면서 시청자의 적극적인 행동(화면 터치)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스킵이 일상이고 논스킵이 비일상인 거다. 



*유튜브 광고는 상품에 따라 스킵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 여기선 마케터에게 가장 애용되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스킵 광고를 예로 들었다. 버라이어티 한 유튜브 광고 종류와 특성은 아래 별도 챕터에서 확인 하자  




둘째로, 유튜브는 철저히 개인화된 매체다. 


유튜브는 유저에 따라 전혀 다른 영상이 노출된다. 동물 애호가에게는 멍멍이나 고양이 영상이 보이고, IT마니아들에겐 아이폰이나 맥북과 관련된 영상이 보인다. 이는 마케터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매력적인 특징일 수 있다. 우리 회사가 핸드폰을 팔고 있다면 핸드폰에 관심 있는 사람만 골라서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좀 더 디테일한 전략을 짜야한다는 말이 된다. 매스를 대상으로 광고 딱 한편 만들어서 왕창 뿌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타깃 별로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고, 타깃 별로 취향과 선호를 기준으로 매체를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맞춤형 광고는 세부적인 그룹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광고로 이어질 것이다(실은 기술적으로 지금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취향과 선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광고는 거침없이 외면받을 것이란 점이다. 취향의 개인화는 결국 유튜브가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속성이니 말이다. 더욱 까다로워지는 고객 취향을 우리는 과연 명중시킬 준비가 되어 있을까. 




셋째로, 유튜브라는 매체에 기대하는 영상 자체가 TV와 완전히 다르다.


TV에서는 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감성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공공재라는 전파의 특성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주제나 표현법도 모두 제재의 대상이다. 쉽게 말해 좀 점잖뺄 수밖에 없다. 


반면 유튜브는 다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기보다는 매니악 한 소재들이 두드러진다. 다양한 기호들이 롱테일로 존재하면서 그간 주류 매체에서 볼 수 없던 재기 발랄한 주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표현방식이나 포맷도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다. 


고객들은 그간 전통적인 매체에서 보지 못했던 톡톡 튀는 영상들에 반응하며 호응한다.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개념조차 생소했던 ASMR, GRWM, VLOG 등이 유튜브 세계에선 언제나 먹어주는 장르중 하나다. 이런 롱테일이야 말로 유튜브가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고는? 어쩌면 이토록 다양한 자극의 향현장 같은 곳에서 우리 광고는 과연 반짝이며 자신의 빛을 뽐낼 수 있을까? 




넷째로 유튜브 광고는 작은 화면으로 보게 된다.


구글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모바일로 유튜브를 보는 비율이 70%라고 한다.** 그러니까 다수의 시청자가 작은 화면으로 광고를 보게 되는 것이다. 거실 한쪽 벽면에 당당히 자리한 커다란 TV와 비교하자면 시청각적 임팩트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통적인 TV 화면의 구도, 시청각적 요소, 미장센, 내러티브 등이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구글에서도 인물 중심의 구도, 커다란 통자막 등 유튜브 제작 가이드를 안내하기도 한다.*** 미디어가 달라지면 그 안의 내용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달라질 준비가 되어있을까? 


** 출처: ABCD A playbook for building effective creative on YouTube / 구글

*** 출처: 고객여정 각단계에 효과적인 광고를 만드는 법 / 구글  


네, 98.1% 고객님들. 어차피 스킵할 거 다 알아요^^ (출처: 2020 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및 광고 태도 분석 / DMC 미디어)




위와 같은 4가지 상황이 버무려지면서, 콘텐츠도 아닌 우리의 ‘광고’를 그 누군가 애틋한 마음으로 봐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조용히 구서에서 하던 일을 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착실하게 알토란 같은 우리의 마케팅 예산을 디지털로 옮기고 있다. 봐주는 이는 많이 없지만, 가뭄에 콩 나듯 성공을 하기도 하니까.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실은 마음을 다잡지 않더라도 방법이 없다. 


어차피 전쟁의 장소는 디지털로 바뀌었다. 


지지고 볶더라도 여기서 지지고 볶아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무튼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위와 같이 바뀐 문법 속에서 과연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할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 



지금까지 광고비가 유튜브로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살펴봤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우리 광고는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렇게 된 많은 요인 중 유튜브에서 통하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탓도 있다. 대체 그 메커니즘이란 무엇일까. 크게 4가지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1) 유튜브 광고는 스킵 가능

2) 유튜브는 철저히 개인화된 매체 

3) 유튜브에 기대하는 영상은 다름

4) 유튜브는 보통 작은 화면으로 시청 


지금까지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다면, 이 곳에서 통하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이곳에서의 문법을 알고 이곳에서 먹히는 기술을 알아야 한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했던가. 미디어가 바뀌었다면 내용물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건 이 매거진을 쓴 목적과 닿아 있다. 당신과 내가 그 답을 함께 찾아갈 거다. 



/ 다음 편 계속 /



▶ 더 많은 마케팅 이야기


▶ 출간 인사

   

* P.S. 요즘 코로나 광고 참 많이 하는데요. 각 기업들 광고가 무서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웃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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